자동차 구매도 새벽 배송으로? 불가능한 일 아니다

2019-08-30 09:51:05



자동차 온라인 판매, 왜 이리 지지부진할까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우리는 온라인으로 우리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가능한 정도를 넘어서 최근에는 다음날 배송을 넘어선 새벽 배송이 화두가 될 정도로 온라인 구매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동차만은 온라인으로 구매하기는 힘듭니다.

자동차는 왜 온라인에서 안 팔까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이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3년 전인 2016년 8월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몬에 재규어 XE가 정가보다 700만 원 할인되어 올라온 사건(?) 덕분이었습니다. 비록 해당 판매는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가 제동을 걸면서 판매까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일로 인해 새삼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3년이 흘렀지만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우리 주변에서 만나보기 힘듭니다. 물론 그 사이 자동차 제조사들의 온라인 판매 시도가 있기는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르노삼성은 QM6의 계약을 온라인으로도 진행했으며, 쉐보레는 아베오 10대를 옥션에서 한정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어디까지나 계약 과정을 온라인에서 수행하고 트림 선택, 출고 등의 과정은 영업점에서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힘든 이유는 자동차 판매 구조가 오프라인 영업망 위주로 형성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수입차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딜러십(대리점) 체계든, 국산차들의 직영 체계든 오프라인 영업망의 협상력은 타 산업에 비해 강한 편입니다.

자동차가 온라인으로 판매된다고 해서 전체 시장 크기가 커지지는 않을 테니 온라인 판매가 이루어지면 이들의 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의 오프라인 영업망은 제조사의 온라인 판매 시도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대부분 상품의 온라인 판매가 본격화되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벤처 붐 시절에도 마찬가지였고, 2019년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자동차는 굉장히 복잡한 재화로 영업 사원의 체계적인 상담과 등록 대행 및 사후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자동차는 실물을 보고 구매해야 하는 데, 오프라인 영업망이 없으면 전시차 감상과 시승을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과 같은 복잡한 상품도 다이렉트로 판매하는 시대이며,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전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수긍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역시도 본사 차원에서 온라인 구매 지원 팀을 운영해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프라인 영업망의 역할이 필요한 고객층도 있지만 이러한 서비스 대신에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은 고객도 분명히 있습니다.



또한 자동차는 전시장에서 실제 차를 직접 보고 시승해봐야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속성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업점이 아니더라도 실제 차를 체험할 수 있는 브랜드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제품 체험은 이러한 브랜드 공간에서 진행하고 트림 선택과 구매 과정은 온라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결국 자동차도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판매하지 못할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이미 구축된 오프라인 영업망을 고려하면 별도의 온라인 유통망을 구축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어 지금까지 자동차는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지 않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 오프라인 영업망을 이미 구축한 기업들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온라인 판매를 시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영영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온라인을 통한 판매가 소비자에게 금전적 혜택이든, 편리함이든 무언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우리 일상에 다가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위에서 설명했듯이 오프라인 영업망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오는 일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도하기는 힘듭니다.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테슬라처럼 아직 충분한 오프라인 영업망을 갖추지 않았지만 소비자를 끌어들일 매력을 갖춘 브랜드가 온라인 판매를 통해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들도 오프라인 영업망을 설득할 명분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 중 일부가 경쟁에서 밀리며, 급격하게 사업 구조를 재편할 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원가를 절감하고 판매를 유지하기 위한 카드를 급하게 검토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온라인 판매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요약하자면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기존의 질서를 흔들 수 있는 파격적인 변화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러므로 기존의 구도가 파격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등장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하면 어쩌면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쉽사리 환영하기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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