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대신 불쾌감 부르는 초보운전 스티커를 어찌할꼬

2019-09-03 10:14:38

초보운전 스티커 공식화할 때

“초보운전 스티커는 장점이 많지만 제대로 쓰이지 않으면 효과를 내지 못한다. 공식화하고 규격을 맞춰서 효과를 높여야 한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은 종종 찾아온다.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할 때 아군의 사기기 떨어지지 않도록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고 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런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생활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소소한 일들이 생긴다. 자동차를 타고 다닐 때도 종종 경험한다.

선팅은 기본적으로 햇빛을 막을 용도로 시공하지만 자신을 가릴 목적도 무시할 수 없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짙은 색으로 가리는데, 도로 위에서 법규 위반이나 난폭운전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남에게 자신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경찰 단속에 걸렸을 때도 드러내느냐 마느냐 문제가 생긴다. 깔끔하게 인정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빠져나가기 위해 신분이나 빽을 들먹이며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스티커 사용이 늘었다.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초보운전, 아이가 타고 있어요, 커플 표시 이니셜이다. 이니셜은 유행이 지나서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초보운전과 아이가 타고 있어요는 여전히 많은 차가 붙이고 다닌다. 이 두 스티커는 이제 본래 목적을 넘어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문구와 디자인으로 차를 장식하는 용도로 쓰인다.

장식으로 붙인다고 해도 본래 목적에 맞게 쓰이면 상관없지만, 부정적인 효과를 내니 문제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는, 사고 시 아이를 먼저 구조하거나 아이가 구조에 누락되지 않도록 신경 써서 살펴봐 달라는 목적으로 붙인다. 의도는 좋지만 아이가 타고 있어요는 난폭운전을 구분하는 스티커로 인식되기도 한다.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차라면 법규도 잘 지키고 안전하게 운전해야 하는데, 일부 운전자들이 오히려 신호 위반이나 난폭운전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았다.



초보운전 스티커는 운전이 미숙하기 때문에 배려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할 목적으로 붙인다. 그런데 모양이나 문구가 제각각이어서 초보운전 스티커인지 알아보기도 힘들다. 불쾌감을 유발하는 문구가 늘면서 본래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양보하려던 마음마저 가시게 한다.

초보운전이나 아이가 타고 있어요나 모두 원래 목적에 맞게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특히 사고 시 구조를 목적으로 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와 달리, 초보운전은 평상시 주행 때 도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중후반 한때 초보운전 스티커를 의무적으로 붙여야 했다. 면허를 새로 딴 사람은 6개월 동안 붙이도록 했고, 크기와 색상까지 규정해놨다. 해당 조항이 폐지된 이후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붙였다. 해외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초보운전 표시를 의무화한다. 스티커를 붙이거나 번호판에 표식을 붙이는 식으로 초보운전임을 알린다. 스티커를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초보운전자에 대한 양보를 법으로 규정해 어기면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초보운전 스티커는 장단점이 있다. 붙인 사람은 양보와 배려를 받을 수 있어서 운전 실력이 미숙해도 도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주변에 있는 차들도 초보운전자를 인식해 돌발 상황에 대처한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초보운전자가 무시나 위협을 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지 않으려는 사람도 무시하는 풍조를 이유로 든다. 장단점이 있지만 초보운전을 드러내서 운전 실력이 미숙한 존재라고 알릴 때 장점이 크다.

초보운전 스티커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참에 아예 예전처럼 초보운전 스티커를 공식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규격을 정하고 조건에 해당하는 차는 의무적으로 붙이도록 한다. 알아서 배려해주면 좋겠지만 초보운전자를 무시하거나 위협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인 차에 우선 양보하도록 법으로 정한다. 초보운전자들도 스티커를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경력 운전자가 운전하거나, 면허는 땄지만 운전을 늦게 시작한 사람들은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 문제도 사전에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운전 미숙은 초보운전자만 해당하지 않는다. 고령 운전자도 초보운전과 마찬가지로 스티커를 붙인다면 도로에서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 도로는 배려하고 양보하는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았다. 알아서 양보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양보를 구해야 한다. 알아보기 힘들고 불쾌한 문구가 써진 스티커로는 양보하는 마음을 끌어내기 힘들다. 양보와 배려를 받으려면 제대로 된 방법으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얼마 전까지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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