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타이칸, 테슬라와 ‘급’이 다름을 증명해야 할 때

2019-09-08 10:11:59



포르쉐의 특징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전기차, 타이칸

[전승용의 팩트체크] 지난 4일 중국에서 열린 포르쉐 타이칸 월드프리미어 공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행사는 독일을 비롯해 북미와 중국 등 세 곳에서 동시에 열렸는데요. 독일은 베를린 태양광 발전소에서, 북미는 나이아가라폭포 수력 발전소에서, 중국은 핑탄섬 풍력 발전소에서 진행됐습니다.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인 만큼 친환경 에너지원을 상징하는 특별한 장소를 선정해 공개한 것이죠.

현장을 실시간 생방송으로 전달했는데요. 역시나 테슬라 모델 S와 비교하는 댓글이 많이 보였습니다. 엄청난 가속력과 파격적인 태블릿 디스플레이, 가장 앞선 반자율주행기술 등 테슬라가 모델 S를 통해 보여준 혁신은 많은 사람에게 강렬히 각인돼 있거든요.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포르쉐(로 대표되는 자동차 브랜드)가 지금 당장 전기차를 만든다면 과연 모델 S보다 못 만들까?’라는 의심 말이에요.

뭐, 사실 이런 의심은 모델 S의 엉성한 만듦새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델 S를 타보면 혁신적인 기술에 깜짝 놀라다가도, 여기저기 보이는 허점들 때문에 실망감이 들기도 하거든요. 당연한 일입니다. 백년 넘게 쌓아온 제조업의 노하우는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럼 왜 기존 자동차 브랜드들은 테슬라 같은 전기차를 안 만들었냐. 일단 엔진과 변속기 등 내연기관 공정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거대 기업에는 이런 급격한 변화가 불가능하죠. 아직 전기차 인프라 및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요. 겉으로는 시기상조라며 여유 있게 상황을 주시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했을 겁니다.

어쨌든 포르쉐는 타이칸을 내놨고, 이제 증명을 해야 합니다. 테슬라 모델 S와는 급이 다르다고 말이에요. 물론, 포르쉐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겠지만, 이미 사람들은 타이칸을 모델 S와 비교하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포르쉐가 타이칸을 만들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완성도 높은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만들어내던 포르쉐가 순수 전기차를 내놨다는 것은 자동차 패러다임의 진정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특히, ‘외계인 고문설’로 유명한 포르쉐가 과연 어떤 전기차를 만들지가 궁금했습니다. ‘최고출력 1000마력’, ‘0-100km 2초’ 등 엄청난 숫자만 내세우는 신생 전기차 브랜드들과 다른 포르쉐의 방식이 기대됐습니다. 전기차도 포르쉐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타이칸은 가장 포르쉐답게 만들어졌습니다. 그저 빠르기만 한, 그저 주행거리만 긴 전기차는 절대 만들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오히려 기존 모델보다 더 포르쉐의 특징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전기차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타이칸에는 다양한 첨단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최초의 800V 고전압 충전을 통해 충전 속도를 줄였고, 신개념 회생 제동 방식으로 주행거리도 늘렸습니다. 전기차에 가장 중요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도 개선했고, 최첨단 커넥티비티 시스템도 적용했습니다. 외관에는 현행 포르쉐 모델 중 가장 좋은 0.22Cd의 공기역학계수를 담아냈고, 실내에는 대형 곡면 디스플레이 계기판 등 총 52.9인치의 스크린을 구현했습니다.

이정도만 해도 지금까지 나온 전기차 중 가장 앞선 모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런 첨단 기술이 아니라 포르쉐가 끝까지 놓지 않고, 오히려 더 강조해 버린 ‘주행 성능'과 ‘운전의 재미’입니다.



기본적으로 타이칸은 극한의 주행을 반복해도 차의 성능이 꾸준히 유지됩니다. 다른 고성능 전기차는 고속 주행을 하면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저하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타이칸은 몇번이고 최상의 성능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이죠.

타이칸 터보 S의 경우,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km 도달 시간은 9.8~9.9초입니다. 그런데 연속으로 26번의 0-200km 테스트를 해봐도 평균 10초 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는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입증됐는데요. 일단 험난하기로 유명한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에서 타이칸 프로토타입으로 7분 42초의 전기차 최고 랩타임 기록을 세웠습니다. 또, 이탈리아 나르도 트랙에서 24시간 내구 테스트를 하며 충전 시간을 제외하고 총 3425km를 달렸다고 합니다. 이 때의 평균 속도는 무려 195~215km/h 사이라고 합니다. 과연 타이칸 말고 어떤 전기차가 이런 테스트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타이칸은 4도어 세단 형태로, 얼핏 보면 파나메라의 전기차 버전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속은 철저히 911을 따랐습니다. 전기차임에도 시트 포지션을 매우 낮게 잡았고, 지상고도 911과 겨우 15mm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무게 중심은 오히려 911보다 더 낮습니다. 무거운 배터리가 바닥에 깔렸기 때문이죠. 여기에 3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통해 주행 상황에 따라 지상고를 최대 22mm 더 낮출 수도 있고, 3단계로 조절되는 리어 스포일러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변속기도 특이합니다. 일반적으로 1단 변속기를 사용하는 다른 전기차와 달리 후륜에 2단 변속기(전륜은 1단)가 들어갔습니다. 1단은 론치 컨트롤을 포함한 출발 가속력을, 2단은 고속 크루즈 주행이나 최고속 주행에 역할을 합니다. 또, 오버부스트 사용을 통해 최고출력을 기본 625마력에서 터보는 670마력, 터보 S는 760마력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섀시 잘 만드는 포르쉐의 기술력은 그대로 이어졌고,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과 퍼포먼스 브레이크 시스템,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리어 액슬 스티어링 등 다양한 주행 안전장치도 전기차에 맞게 더욱 개선됐습니다. 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래인 어시스트, 긴급 제동 시스템 등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도 들어갔고요.



콘셉트카인 미션 e가 공개된 후 많은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포르쉐는 우려보다는 기대를 충족시키는 그런 타이칸을 만들어 냈습니다.

테슬라를, 그리고 모델 S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충분히 좋은 차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자동차 시장에 필요한 자극을 줬습니다. 소비자들도 만족하고 있고요. 이 부분은 제가 예전에 일본까지 날아가 모델 S를 시승할 때 자주 언급했던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타이칸은 모델 S와 전혀 다른 차라고 생각합니다. 만들어진 목적도 다르고 만들어진 결과도 꽤 다릅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소비자들은 이 둘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의 이미지는 강력합니다. 후발 주자로서 이를 극복하려면 포르쉐는 증명해야 합니다. 우리는 테슬라와 ‘급’이 다르다고. 앞으로 전기차의 기준은 우리가 만든다고 말이에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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