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내비게이션은 누가, 왜 만들었을까?

2019-09-10 15:29:27

GPS 기반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과거와 미래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21세기에 들어서 위성항법시스템, 즉 GPS(Global Positioning System)가 민간 부문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우리 삶이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선박이나 비행기 같은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최첨단 기술이 등장할 수 있는 것도 이런 GPS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원래 GPS는 미국 국방부에서 폭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1960년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시스템이다. 융단 폭격이나 레이저 유도보다 정확하고, 날씨나 외부 요인에 덜 영향을 받는 기술로 GPS를 개발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미국이 GPS 사용 제한을 해제하면서 이 기술을 활용한 민간 항법 장치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대표적이다.

내비게이션은 A에서 B 지점까지 경로를 안내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가고자 하는 경로’가 아니라, 내가 현재 있는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위치 정보 오차가 불과 2~3m만 발생해도 경로 설정에 크게 영향을 준다. 터널이나 산길처럼 GPS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곳에서 올바른 경로를 달리고 있음에도 ‘경로를 이탈했다’거나 이상한 길로 경로를 재탐색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렇다면 GPS 신호란 어디서 오고, 내 위치는 어떻게 아는 것일까?



쉽게 설명하면, 지구 궤도에 여러 인공위성의 신호를 받아 거리를 계산해 좌표값을 구하는 방법이다. 내 위치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최소 3개의 인공위성 신호를 확보해야 한다. 4개 이상의 신호를 잡으면 이동 경로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요즘의 GPS 기술로는 휴대용 장비를 이용할 때도 오차 범위 1m 이하로 사용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용 구글 지도나 내비게이션을 사용해봤다면 알겠지만, 아주 좁은 골목까지도 거의 정확하게 파악한다. 정밀 GPS를 사용하는 자동차 계측기 같은 전문 장비는 최소 6개에서 10여 개 이상 GPS 신호를 활용한다. 이런 장비는 보통 오차범위 2~10cm 이하의 정밀성을 구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GPS 기술을 민간 내비게이션에 본격적으로 활용한 것은 2000년 이후이다. 한국 시장에는 2002년 이후 팅크웨어 아이나비, 파인 디지털 탱고, 네이트 드라이브 등 PDA나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방식의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당연한 기술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런 전자식 내비게이션을 실제로 상용화하며 시장을 선도한 것은 누구일까? 가민(GARMIN)이라는 기업이다. 가민은 한국에선 GPS 기반 스마트워치와 웨어러블 기계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특히 운동 분야에서 두꺼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웨어러블 제조 스타트업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가민의 산업 분야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가민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가민을 창립한 두 설립자(게리 버렐, 민 카오. 두 사람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브랜드명을 지었다)는 항공, 해양 내비게이션과 통신 기술의 공학적 지식이 뛰어났다. 이들은 GPS 기술이 일반 소비재와 결합할 때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공통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15개월간의 연구로 첫 시제품인 GPS G100이 등장했다. 이후 가민은 사업 영역을 확장해 GPS를 핵심 기술로 사용하는 항공, 해양, 자동차, 아웃도어, 피트니스 등 5개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자동차 OEM 그룹을 산하에 두고 자동차 내비게이션 분야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단지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협력사가 아니라 항공이나 해양 전자공학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자동차 전장 솔루션을 제공한다. 국가나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2013~2014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 및 혼다의 유럽 일부 모델에 인-대시 내비게이션을 공급하기도 했다. 최근엔 종합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통해 르노나 BMW 그룹과 파트너를 맺기도 했다.

가민 자동차 그룹이 최근 투자하는 분야는 확장형 통합 인포테인먼트다. 이 기술은 기존 내비게이션을 실시간 기상 정보, 음성인식 인공지능을 활용한 검색과 서비스 연결, 자동차 오디오 제어 등 자동차의 핵심 기능과 통합한다. 이런 기술을 구축하기 위해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 접속을 이용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통합 DVR(디지털 영상 저장 장치) 개발과 증강 현실도 이들의 관심 분야이다. 관련 기술은 현재 푸조나 시트로엥 브랜드를 통해 부분적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GPS는 지금은 기본이 되는 기술로 보이지만, 처음 등장한 후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과 함께 생태계가 변했다. 그럼 ‘앞으로 GPS를 활용한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든다. 현재는 자율 주행 자동차의 정확성, 혹은 내비게이션과 연동된 배터리나 에너지 관리 같은 기술이 대표적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보다 고차원적인 개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GPS 스마트워치를 찬 사용자의 위치를 자동차가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또 스마트워치에서 측정한 운전자의 건강 정보(스트레스 지수 및 심박수 데이터)를 자동차가 모니터링하고, 주행 중 운전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가까운 병원 등에 정보를 전달하는 신속한 대응도 가능해진다. 카셰어링이나 전동 킥보드처럼 공유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위치 정보’를 한결 중요하게 여길 미래 자동차 분야에선 GPS를 이용한 기술이 더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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