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6천억 받고도 적자 수렁 KBS,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2019-09-10 17:30:13



‘가요무대’·‘인간극장’·‘아침마당’...무한경쟁시대 KBS의 실질적 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요즘 같은 콘텐츠 무한경쟁시대에 KBS 장수프로그램, <가요무대>나 <인간극장>, <아침마당> 같은 프로그램들은 어딘지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린 콘텐츠들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KBS라는 공영방송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지금 새로 시작해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도, 새롭게 런칭한 예능 프로그램도 선뜻 얘기하기가 어려워질 게다. 그것보다는 KBS에 오래도록 자리해온 이들 장수프로그램들의 힘이 훨씬 더 실질적인 게 현실이니 말이다.

이 현실을 확인하는 건 단 하루의 시청률표를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9월 9일 자 시청률표를 보면 <가요무대>가 10.5%(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타 방송사 드라마 성적을 훌쩍 앞서있고, <인간극장>이 무려 10%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침마당>도 8.7%다. 이 프로그램들은 약간의 그 날 그 날 편차가 존재하지만 시청률이 대체로 일정하다. 그만큼 고정적인 본방 시청층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KBS 장수프로그램으로 실질적 힘을 발휘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더 있다. 이를테면 <6시 내고향>이나, <우리말 겨루기>, <전국노래자랑>, <불후의 명곡>, <한국인의 밥상>, KBS 주말드라마 같은 프로그램들이 그렇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높은 본방 시청률을 고정적으로 가져가는 프로그램들이지만 화제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광고 매출하고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다채널 시대에 KBS라는 공영방송 또한 여타의 상업방송들과 똑같은 경쟁을 한다는 건 어딘지 무모하고 무리한 일처럼 보인다. 이제 저마다 채널마다의 색깔을 분명히 해야 오히려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예를 들어 최근 KBS 주중드라마들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런 드라마 편성이 출혈경쟁 이상의 의미가 있나 생각하게 된다. 월화드라마 <너의 노래를 들려줘>는 3%대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종영한 <저스티스>는 6%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두 드라마 모두 그다지 화제가 되진 못했다.

이전에 종영한 <퍼퓸>이나 <단, 하나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이 가진 힘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지만 화제성은 많이 떨어진다. 워낙 여러 채널에서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화제가 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여러 보도에서도 지적되었듯이 KBS의 적자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KBS는 396억 원의 적자를 냈다. 매년 수신료로 6천억 원을 받는 입장을 염두에 두고 보면 너무 안이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KBS가 월화드라마의 휴식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대신 주말드라마의 경우 그다지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노이즈가 잔뜩 들어 있지만 화제성도 유지된다. 이 이야기는 KBS의 장수 프로그램들이 갖고 있는 양상처럼 KBS의 높은 시청률을 내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고정 본방 시청층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KBS는 위기다. 상반기 적자가 400억 가까이 났고 올해 전체를 예측하면 1천억 이상의 적자가 날 거라고 한다. 이 위기를 직시해야 할 상황이다. KBS는 자신의 채널이 가진 공영의 틀과 그 힘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를 인정해야 한다. 섣부르게 타 채널들이 하고 있는 콘텐츠들과 똑같은 경쟁 라인에 들어간다면 적자 폭만 깊어질 수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은 광고 수익 같은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수익성에 돌아오지 않는 투자를 하기보다는 채널 본연의 색깔에 맞는 공영성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러라고 수신료를 주는 것이니 말이다. KBS는 지금 트렌드를 좇기 보다는 자신들의 실질적 힘이 어디서 나오고 있는 걸 들여다 봐야할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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