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스포츠카부터 1,300만원짜리까지, 전기차에 사활 건 유럽

2019-09-11 10:06:00

유럽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4가지 전기차 소식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2019 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개막됐다. 이번 모터쇼의 특징 중 하나라면 전기차가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가전 박람회와 모터쇼에서 전기차는 들러리가 아닌 중심에 있었고, 이번에도 그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그리고 흥미로운 소식은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전해졌다.



◆ “미래의 스포츠카는 전기가 될 것입니다”

모터쇼에서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타이칸은 포르쉐가 내놓은 첫 번째 전기차다. 오래전부터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고, 그래서 그런지 과연 이 차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고, 어떤 퍼포먼스를 보일지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기대감은 사전 예약으로 이어져, 포르쉐 CEO 올리버 블루메는 독일 언론 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2만 명 이상이 이미 사전 예약을 했다고 밝혔다. 1년에 최대 2만 대 생산을 계획했지만 목표량을 늘려야 할 것 같다는 기대도 나타냈다.

특히 그는 이 인터뷰에서 미래 스포츠카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6기통 수평대향 엔진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브랜드 수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오랜 팬들에게는 서운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이라는 절대 담론이 지배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필수가 되었고, 이런 분위기를 그의 발언을 통해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포르쉐는 타이칸 이후, 그러니까 2020년에는 마칸 전기 모델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포르쉐의 엔진과 배터리의 공존은 성공할까? 일단 지금까지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 가격에 기대하고 스타일에 실망하고

타이칸이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더 관심을 받는 모델이라면 폭스바겐이 이번에 공개한 ID.3는 보편적 관점에서 기대를 하게 한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중심의 브랜드로 변신을 선언했고, 2028년까지 약 70여 개의 전기차를 내놓기로 했다. 그리고 그 첫 신호탄이 ID.3다. 앞으로도 세계 판매량 1위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ID.3 선전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폭스바겐은 가격 경쟁력에 무게 중심을 뒀다. 곧 나올 완충 가능 거리 330km 수준의 가장 저렴한 ID.3 모델은 유럽 기준으로 3만 유로(한화 약 3,900만 원) 이하로 기본가가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모델 3의 반값 수준으로 보면 된다. 독일에서 팔리는 가솔린 1.5 (150마력) 골프 모델의 기본가격(2만5,975유로)과도 큰 차이가 없다. 보조금을 고려하면 3만 유로 전후의 가격으로 폭스바겐의 전기차를 탈 수 있다는 것은 큰 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생각보다 공개된 ID.3에 대한 인상 평가(?)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ID.3가 당신 취향에 맞는가?’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졌고, 현재까지 ‘그렇다’는 대답이 55%(930명), ‘마음에 안 든다’는 대답이 45%(750명)로 나타났다. 신차가 공개되면 긍정적인 반응이 압도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폭스바겐에게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 “5년 안에 1만 유로짜리 전기차를 내놓겠다”

ID.3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겠다고는 했지만 르노는 이보다 더 놀라운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 하고 있다. 르노의 새로운 CEO 티에리 볼로레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노력 중이며, 몇 년 안에 유럽 시장에 1만 유로(한화 약 1,300만 원)짜리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다. 이는 5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르노가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 Zoe의 가격은 유럽 기준 3만 유로 전후, 푸조의 경 전기차 Ion이 2만1,800유로에 팔리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 자회사 중 하나인 스코다는 자신들 경차 시티고의 전기차 버전을 저렴하게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때 밝힌 가격이 1만5,000유로였다.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 경차들도 1만 유로 넘기는 요즘 상황에서 전기차가 이 가격에 나온다면 품질이나 배터리 성능을 떠나 그 자체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영국 최초 전기차가 판매 순위 10위 안에 이름 올려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 등으로 연속해서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영국은 여전히 독일 다음으로 유럽에서 신차 판매량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오토모티브뉴스 유럽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8월 판매량에서 테슬라의 모델 3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규모 있는 단일 시장 기준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포드 피에스타가 3,978대가 팔려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폭스바겐 골프(3,439대)가 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2,082대가 팔린 모델 3가 3위를 차지한 것이다. 8월 영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3,147대로 전체 판매량의 66%가 모델 3였다. 하지만 이런 판매 기록이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른쪽 운전대가 있는 모델 3의 제작이 지연됐고, 이 지연된 모델들이 지난 8월 한꺼번에 예약 고객들에게 인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테슬라에게 유럽 시장은 기회의 땅이 분명하다. 자동차 판매량을 집계하는 JATO 다이나믹스의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상반기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 3였다. 총 3만7,227대가 팔려 2위를 차지한 르노 Zoe(2만3,914대)와 3위 닛산 리프를 넉넉하게 따돌렸다. 엔진이 들어간 모델까지 통틀어 본다고 해도 중형급인 D세그먼트에서 C클래스와 A4, 그리고 3시리즈의 뒤를 이어 4위에 해당한다.

이처럼 모델 3의 유럽 내 열풍은 더욱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이며, 앞서 소개한 포르쉐 타이칸, 폭스바겐의 ID.3 등은 물론 아우디 e-트론과 벤츠 EQC, 재규어 I-페이스와 곧 등장할 볼보의 전기차까지, 테슬라는 쟁쟁한 제조사들의 전기차 공세에 맞서야 한다.

요즘 유럽은 빠르게 전기차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기차 관련 소식이 전문지의 지면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판매량을 알리는 막대그래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유럽산은 물론 한국과 중국산 전기 자동차들까지 경쟁에 참여해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각축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테슬라의 독주는 2020년을 끝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며, 저렴한 모델부터 고가의 전기차까지 선택의 폭도 급격하게 늘었다. 오늘 전한 4가지 소식은 바로 이런 유럽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목록으로

집중분석

더보기

더보기

많이본칼럼

더보기
[첫화면] [PC버전]
ente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