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보호받는 차’ 카니발, 전용차로 못 타도 잘 팔릴까

2019-09-25 10:42:04



전용차로와 속도제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전승용의 팩트체크] 카니발은 대단한 차입니다. 고급 세단이 인기를 얻든, 소형 SUV가 돌풍을 일으키든, 대형 SUV가 쏟아져 나오든. 시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없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3세대 카니발의 인기는 더 대단합니다. 2014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35만4,765대가 팔렸더군요. 월평균 5,632대 꼴로 팔린 셈입니다. 내년에 4세대 모델로 바뀔 예정인데도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카니발이 잘 팔리는 가장 큰 이유는 차 자체의 상품성이 좋다는 것이겠죠. 출시 초기의 공명음 이슈나 스티어링 시스템 내수 차별 논란이 있었지만, 어쨌든 카니발을 대신할 모델은 없었습니다. 아마 이 부분에는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수입차 중에 경쟁 모델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크라이슬러의 그랜드보이저란 모델도 있었고, 최근까지는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북미 시장에서 카니발과 경쟁하는 모델이죠.

그러나 카니발의 상대는 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가격부터가 2천만원 이상 비쌌고, 연비 좋은 디젤 모델이 아닌 가솔린 모델만 판매됐기 때문이죠. 카니발 판매량의 90% 이상이 디젤임을 고려하면 2천만원이나 비싼 가솔린 모델이 살아남기는 불가능했습니다. 고급 미니밴을 표방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최선이었을 겁니다.



게다가 카니발은 이 칼럼의 제목처럼 ‘법으로 보호받는 차’ 입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카니발을 둘러싼 법규들은 카니발이 잘 팔리는 환경을 만들어줬습니다. 당장 떠올려봐도 고속도로 전용차로 이용을 비롯해 110km 속도제한 규정과 승합차 세금 감면, 여객자동차법 등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고속도로 전용차로부터 살펴보죠.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고속도로 전용차로를 이용하려면 최소한 9인승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그랜드보이저나 시에나, 오딧세이는 7~8인승입니다. 모두 카니발과 비슷한 크기의 미니밴이지만, 탑승 가능 인원이 1~2명 부족해 전용차로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오딧세이는 8명이 탑승해도 못 가는데, 카니발은 6명만 타도 갈 수 있다는 것이죠. 카니발과 비슷한 용도로 이들을 사려다가도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사소한 문제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랜드보이저나 시에나, 오딧세이가 그렇게 인기 있는 모델은 아니니깐요. 돌아다니는 차도 몇 대 없습니다. 요즘 일본차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보니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아니라 팰리세이드와 트래버스, 모하비 등 요즘 나오는 6~7인승 대형 SUV로 바꿔 생각해보면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엄청 억울하겠죠?



더 큰 문제는 6명 미만이 탄 카니발도 맘껏 전용차로를 달린다는 겁니다. 위반할 경우 6만원의 벌금과 30점의 벌점을 부과하지만, 워낙 단속이 어려운 탓에 별다른 거리낌 없이 그냥 올라탑니다. 9인승과 11인승뿐 아니라 7인승까지도요. 외형이 비슷하니 단속을 피해 눈치껏 달리는 것이죠. 뭐, 걸리면 재수가 없는 것이고요.

이런 전용차로 위반은 고속도로순찰대에서 담당합니다. 곳곳에 숨겨진 무인카메라나 암행순찰차, 현장 단속, 시민 제보 등이 있지만, 빠르게 달리는 차에 몇 명이 탔는지 알아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5명인지 6명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자동차 번호판이 7, 9인승(승용)과 11인승(승합)으로 구별되기는 하지만, 7인승과 9인승이 함께 묶여있어 큰 의미는 없을 듯합니다.

110km 속도제한 규정도 카니발 판매를 도와주는 법적 보호라 할 수 있습니다. 11인승은 최고속도를 110km/h로 제한하는데, 9인승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9인승 모델을 사서 고속도로 전용차로를 맘껏 달리는 것이죠(물론 7인승도요).



이는 인승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보다 명확해집니다.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판매된 카니발 7만7909대 중 11인승 비중은 겨우 5.6%에 불과했습니다(출처 카이즈유). 반면 9인승 선택은 75.9%나 됐습니다(7인승은 18.5%). 11인승이 탑승 가능 인원이 많고, 가격도 저렴하고, 세제 혜택도 좋은데도 소비자들은 9인승을 훨씬 더 많이 산다는 것이죠. 이전 그랜드 카니발 때와는 정반대입니다. 예전에는 9인승은 3열, 11인승은 4열 구조였는데, 지금은 둘 다 4열이어서 사용 환경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신 11인승 모델에는 세금 감면을 줬습니다. 승합차로 구분되기 때문에 연간 자동차세를 6만5000원만 내면 됩니다. 반면 7인승과 9인승은 엔진 종류에 따라 57~86만원을 내야 합니다. 이 세금 혜택 때문에 사람이 탈 수 없는 ‘억지 4열(?)’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죠.

특히, 이 ‘억지 4열’은 여객자동차법과 만나 타다라는 논란(?)의 택시를 만들어냈습니다. 11인승 이상은 렌트 및 기사 알선이 허용되기 때문이죠. 타다에 대한 찬성, 반대를 떠나 수많은 카니발이 타다로 팔려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타다 영업이 본격화된 올해 초부터 11인승의 비중은 조금 늘었습니다.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 5.6%였던 11인승 점유율이 올해 3~8월 8.5%로 증가했습니다. 최근에는 라이언 택시까지 등장했으니 앞으로 11인승 영업용 카니발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카니발이 잘 팔리는 게 싫은 건 절대 아닙니다. 물론 배 아픈 것도 아니고요. 솔직히 지금 이 급에 카니발만한 차는 없다고 봅니다. 실제 구매자들의 만족도도 꽤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규정이 없어진다 해도 카니발은 여전히 잘 팔릴 가능성이 높고요.

다만,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아예 전용차로는 12인승 이상만 다닐 수 있게 하든지, 아니면 110km/h 속도 제한이 있는 승합차만 이용할 수 있게 하든지, 그게 아니면 9인승도 특정 목적을 위해 신고된 차량은 허가해 주던지 말이에요. 지금 제도의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게 먼저겠지만, 어설픈 규정으로 불법이나 편법을 양산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카니발은 3열, 6~8인승 구조로 나와야 하는 차 같거든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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