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잘 나가는 현대차, 실력일까 운일까

2019-10-02 09:59:44

품질상승에 주변여건도 받쳐주니 고속질주하는 현대차

“점유율 하향세로 내리막을 걷던 현대차가 국내 시장에서 요즘 다시 최고 전성기를 누린다. 실력 향상도 있지만 환경이 받쳐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판단을 내리거나 어떤 일을 시도할 때 언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상황에 접목할 수 있는데, 결과가 잘 나온다면 대체로 ‘운이 좋다’, ‘때를 잘 타고났다’로 해석한다. 본인의 노력이나 실력보다는 시기가 잘 맞아서 이득을 봤다고 여긴다. 실력은 그대로인데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주변 환경 변화 덕분인데, 남이 실수하거나 주저앉아서 반사이익을 얻는 경우다.

자동차 시장은 변수가 많다. ‘타이밍’도 변수 중 하나다. 첨단기술인데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가는 바람에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심심찮게 나온다. 상품성은 떨어지고 디자인도 못나서 성공하기 어려운 차인데, 때마침 시장에 신차가 없어서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타이밍에 따라 결과가 예상과 달라지는 일은 수시로 일어난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문제점 중 하나는 현대자동차의 독점이다.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2000년대 이후 꾸준하게 45% 이상 유지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그러나 2010년부터 하향세로 돌아섰고 2015년에는 40% 벽이 무너졌다. 2016년에는 점유율이 30% 중반까지 떨어졌다. 수입차가 영역을 넓히면서 점유율을 높였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자동차가 선전하면서 점유율 격차를 줄였기 때문이다.

점유율이 높아도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잘되라고 응원하고 신뢰를 보낸다. 그러지 못하다면 독점은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의 점유율 하락으로 업체 간 균형이 잡히고 독점의 폐해가 줄어드나 싶었지만, 2017년부터 점유율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에는 반기 기준 20년 만에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점유율은 44%에 이르고, 국산차만 따지면 50%를 넘었다. 굳이 수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요즘 현대차는 잘 나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해외 시장 실적이나 영업이익 등 속을 들여다보면 어려운 점도 있지만, 몇 년 전 하락세에서 완전히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다른 업체와 비교하면 상황은 나은 편이다.



현대차가 상승세로 돌아선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신차에 충실하고 약점을 보완한 전략의 영향이 크다. 상품성 좋은 제품을 적기에 투입하면 시장은 반응하기 마련이다. 현대차는 SUV 시장이 커지는데 준비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SUV 라인업을 빠르게 채워 나갔고, SUV에 밀려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세단 분야는 신형 쏘나타에서 보듯 수준을 확 높이는 방법으로 제품력을 키웠다. 전기차 시장도 후발주자지만 코나 전기차에서 보듯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판매량과 평가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고급차 시장에서 고전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빨리 자리 잡아가고 있다. 블랙홀이라고 말할 정도로 해외 인재들을 빨아들여 제품 개선을 이뤄나가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 앞장선다. 과거에는 만들기만 하면 팔린다는 태도였지만, 지금은 하던 대로 하면 안 된다는 의식을 가지고 시장에 임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긍정적인 결과가 온전히 현대차의 실력 때문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타이밍도 현대차를 받쳐준다. 수입차는 시장을 확장해 나가면서 국산차의 점유율을 상당히 뺏어왔다. 수입차는 내수의 16~17% 정도 차지한다. 수입차가 차지한 비중은 국산차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수입차가 국산차와 분리된 시장이라지만 국산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수입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체는 점유율이 높은 현대차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수입차업계에 큰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한창 잘 나가던 폭스바겐은 모델 포지션 상 국산차에 영향을 많이 미쳤지만, 디젤 사태로 한방에 고꾸라졌다. 폭스바겐과 영역이 겹치던 현대차에 유리한 상황이다. BMW는 화재로 인지도와 판매량에 타격을 입었다. 수입 고급차를 경쟁상대로 삼은 제네시스 브랜드에는 수입차 시장을 파고들 절호의 기회다. 최근에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일본차 판매량이 급속히 줄어들었다. 대중차 급에서 시장이 겹치는 현대차에 이득이 돌아간다.



수입차뿐만 아니라 국산차 업체도, 현대차와 같은 그룹인 기아자동차를 빼고는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없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여파가 아직 영향을 미치고, 신차 공급도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 더구나 쉐보레는 아예 수입차 브랜드로 방향을 잡아서 수입 모델 비중이 높아 국산차 업체로서 경쟁자의 지위도 더 약해졌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신차를 제때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고 내부 사정도 시끌시끌하다. 쌍용차 역시 모델 경쟁력 약화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한때 모델 단위로 현대차를 위협하던 다른 업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주저앉았다.



이래저래 현대차에 유리한 상황이 이어진다. 시장 경쟁은 실력만 갖춰서는 안 된다. 운도 따라줘야 한다. 요즘 상황은 현대차에 유리하게 돌아간다. 현대차의 실력 향상은 인정하지만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인 상황으로 이득을 본 면도 없지 않다. 그런 상황이 현대차에 전부 다 이익으로 돌아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기회로 주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얼마 전까지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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