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폭스바겐 파사트의 추락

2019-10-02 11:36:35

베스트셀링카 파사트 판매 급감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폭스바겐 파사트는 골프, 폴로와 함께 독일에서 판매 3대장(Top 3)으로 오랜 세월 사랑받았다. 1973년 1세대가 출시된 후 8세대에 이르기까지 누적 판매량은 3천만 대에 육박할 정도로 꾸준히 가치를 인정받은 모델이다. 그런데 요즘 이 베스트셀링 자동차가 힘이 많이 빠진 모습이다.



◆ 계속되는 마이너스 성장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독일에서 팔린 파사트는 모두 40,141대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25.5%나 줄었다. 감소율은 판매 상위 50개 모델 중 가장 컸고, 그 결과 순위는 8위까지 밀렸다. 반면 동급의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C 클래스는 5.9% 성장한 44,110대가 팔렸고, 판매량이 역시 줄긴 했으나 39,419대 팔린 아우디 A4에 턱밑까지 추격당한 상태다. 단단했던 파사트의 그간의 지위와 인기를 생각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부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하락세는 독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EU와 터키, 러시아 등을 포함해 유럽권 44개 국가의 판매량을 조사해 발표하는 포커스2무브(focus2move)에 따르면 8월까지 이 지역에서의 파사트의 판매량은 96,564대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43%나 줄었다. 상위 50개 모델 중 르노 메간(-43%) 다음으로 하락폭이 컸으며 순위는 17위에서 30위까지 밀렸다.



◆ 부진의 이유 2가지

경제나 시장 상황에 따라 판매가 늘었다 줄었다 할 수는 있지만 최근 파사트의 부진은 디젤 게이트라는 특정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디젤 게이트는 파사트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전 모델의 판매에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문제는 폭스바겐의 다른 모델들이 반등을 꾀할 때조차 파사트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5~2018년 독일 내 파사트 판매량>

2015년 : 97,586대
2016년 : 80,900대
2017년 : 72,007대
2018년 : 70,007대
2019년 : 6만 대 수준 (예상)

그렇다면 디젤 게이트의 어떤 점이 파사트에 악영향을 끼친 걸까? 그걸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차가 소비되는 특성을 알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 판매되는 파사트의 절반 이상은 법인, 회사 업무용이다. 그리고 디젤의 비중 또한 매우 높다.

디젤 천국이었던 유럽에서 게이트 이후 경유차 비중은 크게 줄었고, 모든 제조사가 가솔린의 비중을 높여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파사트의 디젤 비중은 줄지 않았다. 결국 디젤 소비가 줄면서 그 비중이 높은 파사트의 소비도 함께 줄어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판매 경쟁 중인 동급 독일 차들과 비교해도 이 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주요 중형차 디젤 판매 비중 비교>

2015년 아우디 A4 신차 디젤 비중 : 85%
2019년 8월까지 A4 신차 디젤 비중 : 66%

2015년 메르세데스 C 클래스 디젤 비중 : 63%
2019년 8월까지 C 클래스 디젤 비중 : 45.7%

2015년 파사트 신차 디젤 비중 : 90%
2019년 8월까지 파사트 디젤 비중 : 85%

또 한 가지 이유라면 역시 SUV 열풍일 것이다. 독일에서 팔리는 파사트의 80%가 왜건형이다. 그런데 왜건의 실용성이 점차 SUV로 대체되면서 파사트가 과거 수준의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티구안은 물론, 5~7인승으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티구안 올스페이스와 같은 모델이 독일에서 업무용 차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도 파사트에겐 부담이다.



얼마 전부터 폭스바겐은 8세대 파사트의 부분변경 모델 판매에 들어갔다. 헤드램프나 스티어링 휠 등, 몇 가지 변화가 있지만 변화폭은 크지 않다. 신형이 얼마나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모르겠지만 이런 정도로는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접근법이 필요한데, 업무용 차, 디젤차, 왜건 전용 모델이라는 파사트에 대한 유럽인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게 이뤄질지 모르겠다. 파사트가 달려갈 길이 험난한 이유다.

▪ 토막 정보 : 올해 파사트의 유럽 판매량은 12만 대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20년 동안 최악의 판매 기록이 된다. 카세일즈베이스닷컴에 의하면 1997년 이후 파사트가 가장 많이 팔렸던 해는 1998년으로, 총 348,398대가 유럽에서만 팔렸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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