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의 망치가 여기도 있네? 영리한 볼보와 지리의 폴스타2

2019-10-09 10:05:04

볼보와 지리의 과감한 미래 전기차 폴스타 2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전기차 폴스타 2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후, 현재 한정판(런치 에디션)을 인터넷을 통해 주문받고 있다. 57,900유로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런치 에디션’ 이후 생산될 일반형(시작가 39,900유로)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하다. 여기에 보조금이 더해지면 경쟁자인 테슬라 모델 3가 적잖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폴스타 2는 볼보와 지리의 시장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전기차라는 점에서 또한 흥미롭다.



◆ 대중성을 확보하라

자동차에 웬만큼 관심이 있는 사람 아니면 폴스타라는 브랜드는 생소하다. 브랜드 파워에서 아무래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대 2억 원 수준인 쿠페 폴스타 1이나, 또 곧 공개될 대형 전기 SUV 폴스타 3보다 상대적으로 고객 확보가 쉬운 폴스타 2를 통해 대중성을 강화해야 한다. 브랜드 볼륨 모델로 시장 개척을 위한 첨병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폴스타는 ‘볼보와 지리가 함께 소유한 전기차 브랜드’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면서도 폴스타 2 홍보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볼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폴스타는 1996년 볼보 투어링카 레이스를 위해 만들어진 플래시 엔지니어링에서 출발했다.

그러다가 2005년 폴스타(Polestar)로 이름이 변경됐고, 2015년 볼보가 폴스타 퍼포먼스와 폴스타 브랜드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고성능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볼보가 지리에 인수되면서 이 고성능 브랜드는 전기차 브랜드로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이르렀다. 볼보의 기술과 볼보의 스타일, 볼보의 철학이 폴스타 안에 담겨 있음을 얼마나 잘 알리느냐가 폴스타 성공에 중요 요소가 될 것이다.



◆ 그럼에도 독립 브랜드로 간다

이처럼 브랜드 파워라는 약점이 있음에도 볼보와 지리는 전기차 전문 브랜드를 별도로 만들었다. 벤츠의 EQ, 폭스바겐의 I.D처럼 많은 제조사가 기존의 틀 안에서 서브 전기 브랜드를 운용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비용도 많이 들며, 브랜드를 알리는 어려운 과정을 헤쳐나가야만 한다. 그런데도 완전히 독립된 브랜드를 만든 것은 자신감일 수도, 혹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볼보도 며칠 후 XC40 전기차를 공개한다. 엔진과의 작별을 일찌감치 고한 볼보이기에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 역시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될 것이다. 좋게 보면 볼보와 폴스타가 함께 전기차 시장에서 영역을 키워갈 수 있는 것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서로 충돌하며 판매 간섭을 일으킬 수도 있다. 첫 단추인 폴스타 2를 통해 공존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디자인과 컨셉의 영리함

폴스타 2의 디자인은 매우 간결하다. 간결함은 자칫 단조롭고 심심해질 수 있다. 하지만 폴스타 2의 경우 질리지 않는다. 세련미가 느껴진다. 직접 본 이들은 디자인에 많은 고민이 있었고 공을 들인 게 보인다고 했다. 이 점에서는 폴스타 최고 경영자 토마스 잉엔라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폭스바겐에서 볼보의 수석 디자이너로 건너온 이 독일인은 볼보 디자인을 심플하지만 세련되게 바꿔 놓았고, 폴스타에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더 과감하게 실현했다. 그 덕에 토르 망치로 불리는 헤드램프는 물론, 새롭게 해석된 볼보 특유의 각진 이미지가 폴스타 2 이 곳 저 곳에 녹아 들어갔다. 또 한 가지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은 차종의 모호함(?)이다.

폴스타 2는 전통적인 세단의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뒷모습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기존의 해치백과도 다르다. 지상고는 일반 세단보다 높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SUV만큼 높진 않다. 캐빈룸(탑승자 공간)과 연결된 트렁크는 실용적이지만 반대로 패스트백 스타일의 지붕 라인은 스타일이 강조된다. 뭐라고 명확하게 차종을 구분하기 어려운, 일종의 크로스오버 모델로 등장한 것이 폴스타 2다. 이런 비슷한 모호함(?)은 재규어 I-페이스에서도 확인된다.

I-페이스 또한 이전에 보기 어려운, 크로스오버 형태의 전기차다. 익숙한 세단, 익숙한 쿠페, 익숙한 SUV가 아닌,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전기차로 등장했다. 뭔가 새로움을 원하는, 전기차는 기존의 자동차 언어와 달랐으면 좋겠다는 요구에 부합하는 자동차다. 그리고 이런 과감한 시도는 괜찮은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폴스타 2 또한 그래 보인다. 잘 다듬어진 디자인이 독특한 형태의 차체에 녹아들면서 신선함을 만들어냈다. 미래의 전기차는 이런 새로움이 필요하다. 물론 이 차는 단점도 있다. D세그먼트의 전장 기준이라 할 수 있는 4.7m에 10cm나 모자라는 것은 아쉽다. 2열 머리 공간은 지붕 구조 때문에 답답하고, 1열 센터 터널도 배터리 구조 때문에 역시 답답함을 준다. 하지만 이런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지적할 게 안 보인다.



볼보와 지리도 위험 부담 덜한, 지금까지 해왔던 익숙한 틀 안에서 전기차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과감하게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고 자신들만의 색깔을 담은 제법 신선한 전기차를 내놓았다. 이 선택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현재로는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데 주저하는 다른 경쟁자들에게 폴스타가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 혁신과 새로움이 아닌, 안전하게, 계산기 두드리기에 바쁜 그런 경쟁자들을 깨우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그렇다면 전기차 시대는 조금 더 앞당겨질 것이다. 미래를 여는 전기차는 익숙한 영역이 아닌, 새로운 영역에서 나와야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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