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집이 잘 돼야...‘골목’ 초밥집을 향한 폭발적 응원의 의미

2019-10-17 10:47:01



‘골목식당’, 시청자들이 둔촌동 초밥집을 열렬히 응원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무려 17년 경력을 가진 초밥 전문가. 게다가 SM엔터테인먼트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 출신이다. 이 정도면 어디서 식당을 개업해도 성공할 법하다. 그런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처음 이 둔촌동의 초밥집을 찾았을 때 그 풍경은 의외였다. 초밥 전문가지만 초밥만이 아닌 돈가스부터 우동 같은 다른 메뉴들이 더 많이 주문되는 상황. 백종원은 그 공력이 깃든 초밥의 맛에 매료됐지만 다른 메뉴들은 한 번 맛보고는 메뉴에서 빼는 편이 낫다고 할 정도로 특징이 없다 평가했다.

이처럼 초밥에 특화된 전문가임에도 다른 특징 없는 메뉴들만 팔게 된 건 상권 때문이었다. 오피스 건물 몇 개만 있는 둔촌동 그 골목에는 점심 때 찾는 회사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점심 식사로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1만원이 넘는 초밥을 찾는 이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결국 저렴한 가격의 다른 메뉴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게 된 이유였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보인 초밥집 사장 내외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응원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미 17년을 해온 경력이 말해주듯 그만한 공력을 갖춘 사장님이지만, 그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재료로 더 맛있는 초밥을 내놓을까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기성품으로 해야 단가가 맞는다는 새우초밥을 직접 새우를 사다 하나하나 손질해 내놓았고, 생선도 아침에 직접 시장에 나가 사온 싱싱한 것들로만 재료로 썼다.



문제는 이렇게 정성을 다하는 초밥의 가격이었다. 사실 이 정도의 초밥이 1만원 내외를 한다는 것도 다른 초밥집들과 비교해보면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었지만, 오피스 상권의 점심을 찾는 손님들은 초밥이라는 메뉴의 특수성이나 그 정성을 먼저 보기보다는 점심으로 쓰는 비용과 포만감을 우선적인 선택기준으로 갖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상권의 상황을 너무나 잘 아는 백종원이 9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지만, 초밥집 사장님은 고민에 빠져버렸다. 게다가 시식단을 통해 밥 양을 늘리고 새로 구성한 초밥을 선보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굳이 찾아가 먹지 않겠다는 반응도 나왔고, 심지어 7천원 정도면 먹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초밥집 사장님이 해온 그간의 정성들을 봐온 시청자들은 이런 시식단의 반응에 심지어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초밥을 7천원에 먹겠다는 건 너무 야박한 얘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 결과를 접한 사장님 내외는 눈물을 터트렸다. 그건 그간 자신들이 들인 정성이 통하지 않는다는 데서 오는 속상함과 막막함에서 나온 눈물이었다. 백종원조차 안타까워 애써 그들을 위로해주는 상황이었다. 시청자들도 한 마음으로 초밥집 사장 내외의 그 남다른 정성을 손님들도 알아봐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됐다.

그리고 마지막 촬영에 이르러 초밥집은 드디어 그 노력을 인정받고 막연한 걱정들을 털어버릴 수 있는 결과를 얻게 됐다. 초밥 하나하나의 특별한 정성들을 일일이 적어 벽에 붙여놓자 손님들은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초밥을 먹는 게 아니라 그 정성이 담긴 초밥의 특별한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의 칭찬이 쏟아졌고, 활짝 웃는 사장님 내외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도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둔촌동 초밥집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를 들여다보면 지금의 대중들이 가진 특별한 정서가 느껴진다. 그건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성과로 돌아오지 않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다. 시청자들은 “저런 집이 잘 돼야” 한다고 느꼈을 법하다. 노력한 만큼 그 결과가 인정받는 그런 현실을 꿈꾸며.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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