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라’, 양세종 얼굴만 봐도 짠해지는 이유

2019-11-02 16:05:56



‘나의 나라’ 양세종, 피 흘리는 청춘의 초상 그 먹먹함

[엔터미디어=정덕현] 어째서 이 청춘들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반드시 피를 흘려야 되는 걸까.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를 보다 보면 피 흘리는 청춘의 초상이 눈에 밟힌다. 서휘(양세종)와 남선호(우도환)는 이 사극에서 항상 상처 가득한 모습으로 피와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초상과 겹쳐져 더더욱 먹먹하게 다가온다.

남전(안내상)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서휘가 큰 그림을 그리고 이방원(장혁)이 가세한 거사(?)에서 서휘가 맡은 역할은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이방원을 제거하는 것처럼 꾸민 서휘는 남전이 동생 서연(조이현)을 위해 자결하라 던져 준 칼을 기꺼이 자신의 가슴에 박았다. 물론 급소를 피해 자결한 것처럼 꾸미려던 일이었지만, 서휘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그 상황은 짠하기 그지없었다.

서휘는 남전에게 칼을 받는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아버지도 자식들을 위해 기꺼이 남전이 던진 칼을 받았다는 것을 말이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은 그래서 남전처럼 더 많은 걸 가지려는 이들에 의해 제 한 몸을 던져야 하는 삶이다.



피투성이의 서휘를 간호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한희재(김설현)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게 되는 건 그 처절한 청춘의 삶을 그의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휘의 그런 온 몸을 던지는 거사가 쉽게 이뤄질 리가 없다. 죽을 위기에 몰렸던 남전은 그렇게 다시 살아 돌아온다. 그리고 서휘는 제 몸을 던져 구해내려 했던 서연이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걸 보게 된다.

남선호라는 청춘 또한 기구하기 이를 데 없다. 서자라는 이유로 아버지 남전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그는 심지어 서휘를 전쟁터로 보내는 모진 선택을 하면서까지 입신을 하려 한다. 정작 비정한 아버지 남전은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면 아들인 남선호까지 사지로 내모는 인물이다. 남선호는 서휘를 배신했지만, 그와 그의 여동생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구해내려 제 몸을 던진다.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아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중한 것들도 버려야 하는 처지에 놓인 남선호. 그에게서도 가진 것 없는 청춘의 절망감이 느껴진다.



서휘와 남선호의 앞길을 전면에서 막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남전이라는 욕망에 의해 비뚤어진 어른의 초상이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걸 갖기 위해 누구든 이용하는 인물이다. 그는 서휘의 아버지를 이용하고는 죽게 했고, 그 아들인 서휘마저 그 길에 들어서게 했으며 결국 서휘의 여동생까지 죽게 만든다. 게다가 서자라고 해도 자신의 자식인 남선호까지 언제든 제 욕망을 위해 이용하는 인물이다.

<나의 나라>는 조선 초기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피 튀기는 역사를 밑그림으로 가져왔지만 거기에 피 흘리는 청춘의 초상들을 이야기로 채워 넣었다. 그들은 남전 같은 엇나간 욕망에 휘둘리는 어른에 의해 피 흘린다. 어째서 이런 구도를 사극의 이야기 속에 상상력으로 채워넣은 걸까. 그건 어쩌면 이 사극이 담아내려는 것이 저 조선 초기의 역사가 아니라, 그 혼돈의 시기를 온몸으로 겪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현재의 청춘들이 겪는 절망감을 담아내려 함이 아니었을까. 서휘의 얼굴만 봐도 짠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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