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포유’ 유재석과 엉뚱한 대가들, 배꼽 잡고 쓰러질 수밖에

2019-11-04 11:25:05



‘놀면 뭐하니?-뽕포유’ 어떻게 가장 재미있는 예능이 되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현재 방송 중인 예능 중 가장 순도 높은 웃음을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MBC <놀면 뭐하니> ‘뽕포유’ 편을 추천한다. ‘뽕포유’는 트로트계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 속에 유재석이 유산슬이란 예명으로 곡을 받아 신인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는 과정을 담은 예능이다. 드럼을 막 배운 유재석을 쟁쟁한 뮤지션들 사이에 던져놓으며 이야기를 만들어간 ‘유플래쉬’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만큼 발걸음이 가볍다. 음악적 성취나 감동과 같은 무거운 접근 대신, 작업하며 만난 대가들 사이에서 당황하고 치이는 유재석을 보는 재미가 꽤나 찰지다.

<놀면 뭐하니?>는 ‘유플래쉬’부터 유재석의 도전기, <무한도전> 유재석 솔로버전이란 평가도 받긴 하지만, ‘뽕포유’의 웃음폭탄에서 정작 유재석이 하는 일은 크게 없다. 오히려 서양의 ‘돌로 만든 수프’ 동화처럼 유재석이란 돌을 주재료로 넣긴 했지만 진짜 맛은 부재료들이 우려내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유재석을 중심으로 모인 할아버지 연배의 장인들은 연륜에서 나오는 특유의 유머와 방송 문법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신선함으로 인간적인 면모와 고순도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15분에 곡 하나 만들지 못하면 프로가 아니고, 음악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동묘의 마이웨이 ‘박토벤’ 박현우 작곡가는 과거 <무한도전>의 박명수처럼 존재 자체가 웃음을 유발하는 날것의 마이웨이 캐릭터다. 그의 파트너이자 라이벌인 점잖은 웃음 암살자 편곡가 ‘정이든’(정경천)과 함께 보여준 티키타카는 유재석이 혹시 대본이 있는 콩트는 아닐까 의심할 정도 쉴 새 없이 몰아쳤고 굽이굽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대화의 방향을 급선회한다. 두 어르신이 서로 초식을 주고받는 대화는 맥락을 파괴하는 엉뚱함이 재미요소인 유튜브를 보는 듯하다.

두 어르신만 활약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작사의 신이라 부르는 작사가 이건우는 작사뿐 아니라 박토벤과 정이든 사이에서 리액션과 해설을 맡아 시청의 묘를 더한다. 동묘에서 잉태된 곡이 점차 편곡을 거치면서 용포를 겹겹이 껴입는 동안, 유산슬로 큰 그림을 그리는 가수 진성과 그의 음악 동반자인 근성의 작곡가 김도일의 눈물겨운 곡 영업도 재밌는 에피소드였다. 그 외에도 예능 카메라 앞에서 부끄러움을 드러내며 귀요미 캐릭터로 등극한 박상철을 비롯해 태진아, 김연자, 배일호 등등 수많은 현역 트로트 스타 선배들의 도움이 쇄도하고 있다.



웃음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이라 비유한 수십 년 경력의 세션맨들의 합주 녹음과 낙원동의 무대의상 제작소와 광진구의 안무 연습실까지 신인 가수가 한 명 나오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을 망라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의미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건 ‘유플래쉬’ 때와 같지만 젊은 대중뮤지션들의 화려한 작업실을 찾아가서 보고 느끼는 것과 달리, 올드스쿨 특유의 인간미와 아날로그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다른 맛이 있다. ‘유플래쉬’는 참여 뮤지션의 인지도에 도움을 얻는 경우가 있었다면, ‘뽕포유’에서는 박토벤과 정이든처럼 대부분의 대중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인물들과 씬을 조명한다는데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업계의 대단한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던 건, 신인 트로트 가수 데뷔에 업계 전체가 떠들썩한 분위기가 연출된 이유는 역시나 유재석이기 때문이다. 앞서 유재석이 웃음을 담당하는 데 지분이 적다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유재석이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국내 최고의 호감도를 자랑하는 방송인이기에 씬 자체가 섭외에 우호적으로 반응했다. 유재석이기에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출연자들이 활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쉰에 가까운 나이에 ‘영재’ 소리를 듣게 된 1972년생 쥐띠 유재석은 까마득한 연배의 선배들 앞에서 곧잘 해낸다. 유재석이 잘해낸다는 게 ‘뽕포유’의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다. ‘유플래쉬’도 그렇고 타고난 재능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노력을 기울이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뽕포유’가 완전히 새롭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유재석만이 할 수 있는 예능인 이유다.

최근 유재석이 <일로 만난 사이>나 <유퀴즈> 시리즈가 감동과 인간미에 초점을 맞추면서 호평을 받았다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감정선은 담백하게 내리고 대신 웃음의 당도를 높였다. ‘뽕포유’는 음악의 감동과 성취도 중요하겠지만 사람과 웃음이 먼저라 대중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유재석이 깔아주는 멍석 위에서 대가들의 가락과 가닥이 만드는 유쾌한 장면들에서 배꼽을 잡고 쓰러지게 만든다. 캐릭터 플레이를 바탕으로 하는 예능은 요즘도 많지만, 이처럼 순수하고 리얼한 캐릭터들의 향연은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목록으로

집중분석

더보기

더보기

많이본칼럼

더보기
[첫화면] [PC버전]
ente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