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공효진과 임상춘의 완벽한 조화, 여기 그 증거가 있다

2019-11-05 13:22:41



‘동백꽃’ 임상춘 작가와 공효진, 진작 만날 걸 그랬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처음부터 임상춘 작가와 배우 공효진의 만남은 기대를 갖게 만드는 조합이었다. 임상춘 작가는 KBS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부터 <쌈, 마이웨이>까지 본인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 온 작가였다. 임상춘 작가는 대부분의 드라마가 세련된 ‘인싸피플’에 주목할 때 변두리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잡아냈다. 구수하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유머감각과 코끝을 찡하게 하는 현실적인 대사가 바로 임상춘 작가의 필력이다.

특히 임상춘 작가의 드라마 속 로맨스 주인공들에는 특징이 있다. 남녀 모두 할 말은 다하고 사는 팔자인데, 사랑 앞에서는 좀 머쓱하다. 아니면 사랑 앞에서 1인자는 아니고 늘 2인자였던 인물들이다.



임상춘 작가의 여주인공은 은연중에 공효진이 연기해왔던 드라마 속 캐릭터들과 통하는 면이 있다. 2001년 방영한 SBS <화려한 시절>의 버스 안내양 조연실은 초기 공효진 표 캐릭터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 연실은 짝사랑하는 장철진(류승범) 앞에서 유턴 안하고 언제나 직진이다. 그러면서도 짝사랑에 수줍어하는 인물은 아니고 할 말은 다하는 씩씩한 캐릭터였다. 2002년 MBC <네 멋대로 해라>의 치어걸 송미래를 통해 공효진은 다시 한 번 2인자의 사랑을 보여준다. 특히 이 작품에서 송미래는 사랑하던 연인을 여주인공에게 빼앗긴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 공효진은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으로는 여린 송미래의 감정선을 리얼하게 살리면서, 주인공 커플 못지않은 인상적인 잔상을 남겼다.



임상춘 작가의 <백희가 돌아왔다>의 백희(강예원)나 <쌈마이웨이>의 최애라(김지원)는 무언가 공효진이 연기한 조연캐릭터 성격의 인물들이 주연이 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KBS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공효진이 주인공 동백으로 등장했을 때 이건 정말 최상의 조합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은 기대보다 정적인 인물이었다. 주인공 용식(강하늘)을 비롯한 옹산의 다른 인물들은 시끌벅적하지만 옹산의 다이아나 동백은 아니었다. 오히려 동백은 주눅 들고 마음의 감정을 숨기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주눅 든 인물의 감정이나 표정을 드러내는 1인자 또한 공효진이었다. SBS <주군의 태양>이나, <질투의 화신>은 그런 공효진의 캐릭터 연기가 드라마를 거의 이끌어갔다. 하지만 전작들이 주눅 든 감정을 코믹으로 보여줬다면,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공효진은 그 감정을 누군가의 생생한 삶으로 살려낸다.



아마 초반 <동백꽃 필 무렵>의 시청자를 사로잡은 장면은 용식 앞에서 동백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일 것이다. 동백은 용식에게 편들어주고, 칭찬해주지 말라면서 울기 시작한다. 지금껏 자기편이 없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울렁거린다면서. 이 장면에서 공효진은 예쁘게 울려고 노력하지도, 명배우처럼 보이려 격하게 울지도 않는다. 그저 마음의 상처를 꾹꾹 눌러 담고 있다가 그 상처의 딱지가 떨어진, 그래서 울먹이는 우리 주변의 누군가처럼 그냥 운다.

이후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은 드라마의 캐릭터가 아닌 정말 누구나가 잘 되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이웃이 되었다. 늘 그늘에 숨어살던 미혼모 동백이 낯선 도시 옹산에서 결국 모두의 이웃이 되어가는 그런 과정처럼 말이다.

한편 임상춘 작가는 <동백꽃 필 무렵> 안에서 로맨스, 코미디, 농촌드라마 거기에 스릴러의 정서까지 녹여내며 쫀쫀한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이 사건 속에서 동백은 주눅 든 주변부 인물에서 당당한 인물로 변모해간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마냥 꽃길만 걸으세요, 는 아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아들을 지키고, 자기를 버린 엄마를 다시 만났다가 그 진실에 상처입고, 또 다른 자아처럼 늘 곁에 두던 향미(손담비)의 죽음까지 맞이한다. 이처럼 동백은 <동백꽃 필 무렵>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또 삶의 희노애락을 겪어내며 성장하는 것이다.



공효진은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동백의 감정들을 과장해서 드라마적으로 그려내지는 않는다. 몇 가지 표정과 미소, 눈물만으로 각기 다른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전형적인 드라마 대사들을 일상적인 말투에 스윽 담아내 의도치 않은 신파감성은 털어내고 대신 생생한 현실감을 준다.

사실 공효진은 화려한 여배우 아닌 내 친구 누군가처럼 연기하는 배우다. 그 때문에 공효진의 연기는 몇몇 시청자들에게 그런 연기는 나도 하겠다, 는 착시를 불러일으키기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그런 연기는 공효진이기에 가능한 연기다. 임상춘 작가의 <동백꽃 필 무렵> 동백과 용식만이 아니라 동백과 향미, 덕순, 정숙, 자영, 종렬, 규태가 만나는 순간순간의 장면 모두가 바로 그 증거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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