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오징어순대집’, ‘윤식당’과 차별화된 그들만의 소통법

2019-12-03 12:05:11



‘이태리 오징어순대집’, 샘 오취리가 이태리에서 김치찌개를?

[엔터미디어=정덕현] “와 가나 사람이 이탈리아에서 김치찌개 끓이는 거 너무 웃겨.” JTBC <이태리 오징어순대집>의 첫 장면에 등장한 샘 오취리의 이 멘트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특징을 잘 보여준다. 가나 출신의 샘 오취리가 우리나라도 아닌 이태리에서 피자나 파스타도 아닌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다니.

처음 발단은 샘 오취리가 가나에서 한식당을 열고 싶다는 얘기를 했던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얘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얻은 이태리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는 자신의 고향인 미라노에 한식집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도와줄 사람으로 샘 오취리와 배우 데이비드 맥기니스를 섭외하고, 그들과 처음 만난 한식집에서 알베르토는 주메뉴로 오징어순대와 모듬전, 떡갈비, 김치찌개를 하고 싶다는 계획을 얘기한다.



그 이유도 분명한 근거가 있다. 이태리에 오징어순대와 모듬전과 비슷한 음식이 있다는 것. 떡갈비는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보편적인 음식이고 김치찌개는 한식집으로서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김치를 활용한 음식이다. 그래서 이런 한식 메뉴가 이태리에서도 충분히 통할 거라 생각한 것.

물론 해외에서 한식집을 오픈하는 콘셉트로 이미 tvN <윤식당>이 있지만 <이태리 오징어순대집>이 특이한 건 이 가게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이들이 모두 외국인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 외국인은 그냥 외국인이라기보다는 ‘경계인’에 가깝다. 알베르토 몬디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한국에서 12년 간 살아오고 있고 또 방송을 통해서도 그 친숙한 얼굴을 알렸다. 샘 오취리 역시 2009년 한국에 들어와 지금껏 지내며 다양한 방송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외국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또한 데이비드 맥기니스는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우리에게는 <미스터 션샤인>, <태양의 후예> 같은 작품으로 친숙해진 배우다.



그러니 외국인이라고 해도 반은 한국인 같은 이들은 그 중간 어디쯤 서 있는 ‘경계인’이다. 바로 이 지점은 이들이 이태리에서 오픈하는 오징어순대집의 특별함을 만들어낸다. 외국인이 만드는 한식이라는 점이 특별하고, 그 한식을 알베르토의 고향 사람들에게 선보인다는 사실이 특이하다. 과연 이들이 만들어내는 한식은 현지인들에게도 통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난다.

한식이 외국인들에게도 각광받는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프로그램들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이태리 오징어순대집>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외국인 스스로 만드는 한식의 또 다른 세계화를 그려낸다. 그러면서 국적과 인종과 언어가 다 달라도 한식이라는 음식 하나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알베르토와 샘 오취리 그리고 데이비드 맥기니스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우리가 <비정상회담>을 보며 외국인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때로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생각을 드러낼 때 피어나는 공감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한국어로 하다가 영어를 하고 이태리어가 뒤섞이지만 이들이 통하지 않는 건 없다.

그래서 <이태리 오징어순대집>은 <윤식당>이라기보다는 <비정상회담>의 음식점 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물론 음식이라는 세계 공통의 소통 수단(?)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지만, 결국 그것 역시 서로 다른 문화의 이해와 공유라는 <비정상회담>의 목표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좌충우돌 이태리에서의 한식집 운영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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