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에겐 더 넓은 아량과 더 많은 응원이 필요합니다

2019-12-27 09:02:40

지난 3년, 그리고 앞으로 3년 – 다음 ‘독차법’ 칼럼을 마무리하며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오늘 칼럼이 ‘독차법’ 코너를 통하여 여러분에게 드리는 마지막 글입니다. 지난 3년 동안 거의 140편의 칼럼을 통하여 제 나름 솔직하게 칼럼을 써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자동차 상식을 다루기도 했었고, 특정 모델이나 새로운 기술의 의미와 구체적인 속모습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제작사나 기술 기업들의 행보와 관련하여 응원 혹은 쓴 소리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과 주제는 이처럼 다양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자동차를 읽는 ‘독차법이라는 코너의 제목에 충실하려 노력했습니다. 사용 설명서를 잘 읽으면 많은 돈을 주고 구입한 자동차를 훨씬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듯이 자동차 산업과 시장이 돌아가는 분위기나 흐름을 잘 읽으면 소비자들은 보다 현명하고 효과적인 선택을 하실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제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했습니다.

2017년 첫 칼럼의 주제는 ‘넓어진 선택의 폭’이었습니다. 한 끗 다른 프리미엄 코드를 갖고 등장한 SM6와 본래 좋았던 기본기에 상품성을 강화한 말리부의 등장은 쏘나타와 K5가 여유롭게 1, 2등을 하던 중형 세단 시장의 구도를 흔들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서 좋았고 화들짝 놀란 현대차는 쏘나타 뉴 라이즈를 내놓는 등 안주했던 현실에서 깨어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의 에너지가 사그러들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를 포함한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점유율 70%의 벽을 깨고 과점 상태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경쟁이 사라진 시장과 그 안의 기업은 결국은 경쟁력을 잃습니다.



그리고 제가 강하게 주장했던 글이 있었습니다. 군산 공장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지엠이 폐쇄한 군산 공장을 정부 주도의 산업 합리화 단지로 지정하여 가칭 ‘한국 미래 자동차 컨소시엄’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경쟁 관계인 기업들끼리는 뭉치기 어려우니 정부가 자리를 만들어서 국내의 미래차 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미래차 개발과 생산을 위한 연구단지 및 파일럿 공장으로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현대차와 삼성, LG, SK, KT, 카카오, 네이버 등이 한 건물에서 머리를 맞대고 미래차를 고민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정반대가 되었습니다. 현대기아차 관련사가 중국 바이톤의 모델을 국내 판매를 위해 생산하는 적의 교두보가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칼럼니스트와 컨설턴트를 겸업하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는 언어를 도구로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이라면 컨설턴트는 숫자와 보다 확실한 논리로 업계 및 기업들의 방향을 제시하는 보다 구체적인 일을 합니다. 제 칼럼을 계속 읽어 오신 분들이시라면 제 글의 색깔이 초창기의 소비자 중심의 글에서 최근에는 보다 산업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느끼셨으리라 믿습니다. 컨설팅 업무를 통하여 얻은 인사이트들 가운데에서 여러분들과 공유하면 좋겠다 싶은 내용을 좀 더 알려드리려는 의도였습니다.



앞으로 다음의 독차법 페이지에는 업데이트가 없겠지만 저는 다른 방법으로 여러분들을 계속 만날 것입니다. 글이 될 수도 있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는 영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을 것은 앞으로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여러분과 나눌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1월 초의 CES 2020에도 다녀올 예정입니다. 저는 박람회나 모터쇼는 무조건 제가 비용을 지불하고 자유롭게 배우러 갑니다. 그래야만 제가 보고 싶은 것들을 제 마음대로 일정을 조절하여 공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의 칼럼을 마무리하며 앞으로의 3년을 기대합니다. 많은 자동차 전문가들이, 자동차 브랜드들이 2023년까지를 미래차 시장을 향한 첫 경쟁의 승패가 나는 기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자동차 브랜드들과 기술 거인들이 실력을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미국의 IT 기업을 중심으로 한 CES를 통하여 미래의 그림을 살피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그림에는 우리나라가 확실하게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저도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 마무리합니다. <‘OO차만 안 사면 돼’...댓글 다시는 분들에게>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여러분들 사이에서 커다란 분란을 일으켰던 글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댓글은 여러분의 관심입니다. 악풀이 무플보다 낫다고들 하지요. 하지만 조금만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여러분들의 에너지가 사용된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그리고 우리들이 탈 자동차는 더 빠르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비판은 더 치밀하게, 그러나 응원은 더 넓은 아량으로 부탁드립니다. 저에게도,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게도 말입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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