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현빈·손예진, 코믹·액션·멜로 못하는 게 뭔가

2020-02-10 11:19:19



웃기고 멋지고 달달하고...‘사랑의 불시착’의 다되는 장르들

[엔터미디어=정덕현] 깔깔 웃다가 멋진 액션에 짜릿해지다 이내 달달해진다.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보면서 느껴지는 이 다양한 감정들은 이 드라마가 가진 다채로운 재미의 결을 잘 보여준다. 어딘지 느슨해 보이지만 장르적으로 코미디와 액션 그리고 멜로를 오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의 불시착>은 이상하게도 그렇게 장르가 순식간에 바뀌는 데도 불구하고 덜컥거리기보다는 더 몰입된다. 도대체 누가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이제 2회만 남겨놓은 <사랑의 불시착>은 윤세리(손예진)를 납치하기 위해 남한으로 내려온 조철강(오만석)과 이를 막기 위해 역시 월남한 리정혁(현빈)과 부대원들의 피 튀기는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조철강이 쏜 총에 리정혁 대신 맞아 사경을 헤매던 윤세리가 깨어나 리정혁과 대면하는 그 장면에서는 눈이 벌개 질 정도로 절절한 두 사람의 감정이 피어난다.



하지만 그런 멜로의 달달함은 이내 부대원들이 찾아오면서 웃음으로 바뀐다. 깨어난 윤세리가 반가워 안으려 다가가는 부대원을 리정혁이 질투하듯 막아서는 장면이 그렇다. 흥미로운 건 북에서 도청을 하는 일을 해왔던 정만복(김영민)이 윤세리의 병실 침상에 설치해놓은 도청장치 하나를 이 드라마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엿듣기 위해 활용됐던 도청은 이제 부대원들에게 윤세리의 상태를 병원 밖에서도 알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그런데 그 도청을 통해 윤세리의 집안사람들의 면면을 확인하게 되면서 분노하는 부대원들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정만복은 도청 내용을 1인2역으로 연기하며 알려주고 거기에 일희일비하는 부대원들의 모습이 연출되는 것.



하지만 이 도청 설정의 활용은 코미디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 도청을 통해 윤세리의 엄마 한정연(방은진)이 자기가 낳은 딸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려서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에 대해 참회하는 마음이 전해진 것. 그 때를 후회하며 미안하다 말하는 한정연의 말을 들으며 윤세리는 눈물 흘린다.

게다가 그 도청은 윤세리가 총까지 맞게 된 것이 윤세형(박형수)과 그 아내 고상아(윤지만)가 조철강과 결탁해서 벌인 일이라는 것까지 밝혀내는 증거로 활용된다. 도청 설정 하나를 갖고 빵빵 터지는 코미디와 달달한 멜로는 물론이고 절절한 가족애에 사이다 폭로까지 활용하는 것. 이건 어쩌면 이 드라마가 가진 다양한 장르를 뛰어넘는 색깔을 잘 드러내는 사례일 게다.



어느 날 돌풍에 휘말려 북한에 떨어진 윤세리가 그 곳에서 겪는 일들이 액션과 멜로와 코미디를 오가는 것이었듯이, 이제 거꾸로 남한으로 윤세리를 보호하기 위해 내려온 리정혁과 부대원들의 이야기 역시 그 다채로운 재미들을 만들어낸다. 리정혁을 공격한 이들에게 윤세리가 ‘건물주’로 나타나 그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대목이나, 게임에 빠져들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재현한 리정혁의 이야기 그리고 길거리 캐스팅 당하는 박광범(이신영)이나, 어디서든 찍히는 CCTV와 스마트폰을 조심해야 한다는 윤세리의 이야기 등은 코미디적 설정이면서도 동시에 우리네 사회의 민낯을 슬쩍 드러낸다.

그런 블랙코미디적 요소에 웃다보면 어느 순간 리정혁과 윤세리의 달달한 눈빛이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고, 그 멜로를 위협하는 조철강의 등장은 액션과 스릴러가 더해진 긴장감을 유발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런 이질적인 장르적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힘으로서의 배우들의 존재감이다.



조역들과 주변인물들까지 포함해 능수능란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돋보이는 건 현빈과 손예진이다. 순박하고 우직한 직진남으로 남자들이 봐도 멋진 리정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현빈은 여기에 이제 달달한 멜로는 물론이고 은근히 질투의 시선을 던지면서 떼론 아이 같은 모습으로 코미디까지 선보인다. 손예진 역시 마찬가지다. 다소 자본주의의 물이 잔뜩 오른 그 과장된 허세로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부대원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고 리정혁 앞에서는 멜로를, 조철강이 나타났을 때는 액션까지 선보인다.

이러니 드라마가 안 될 수가 없다. 역시 로맨틱 코미디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온 박지은 작가의 이제는 능수능란해진 필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남과 북을 넘나드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고, 결코 쉽지 않은 그 이질적 장르들을 적절히 결합함으로써 그 선택에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시작 전 가졌던 불안감들이 기대감으로 바뀌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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