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봉준호가 ‘로컬’ 영화제 아카데미를 석권했다는 건

2020-02-10 15:45:50



2020 아카데미 주인공 봉준호, 로컬과 글로벌 경계를 허물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마치 월드컵에서 독일이나 브라질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느낌이랄까. 아마도 올해의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는 우리네 대중들의 마음이 그랬을 게다. 한국영화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상 수상이 점쳐졌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상을 받을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으니.

이미 시상식 전부터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은 충분히 예측된 바 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시상식에서 수상한 작품이고, 전 세계 평단의 호평은 물론이고, 미국 현지를 비롯한 유럽까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그러니 아카데미도 호응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영화제 시작과 함께 각본상을 받았을 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카데미상이 <기생충>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각본상에 이어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고 감독상까지 거머쥔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상의 피날레에 해당하는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었다.

봉준호 감독은 연거푸 트로피를 받아들며 그 때마다 그 상에 걸맞는 의미들을 짚어냈다. 각본상을 받았을 때는 “한국에서 첫 오스카 트로피”라며 “아시아 영화가 각본상을 수상한 것은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 처음”이라고 했고,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을 때는 본래 이 상의 이름이었던 ‘외국어 영화상’에서 ‘국제장편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뀐 뒤 받는 첫 상의 의미를 짚어냈다.



또 감독상을 받았을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 자리에 함께 후보에 올랐던 마틴 스콜세지와 쿠엔틴 타란티노 등 감독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등분해 나눠갖고 싶다”고 말해 그 감독들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우수작품상에 나선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씌여졌다”고 그 수상의 의미를 전했다.

과거 봉준호 감독은 미국의 한 매체기자가 “한국영화가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영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왜 한 번도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 같냐”는 질문에 “오스카는 로컬”이라 답한 바 있다. 그것은 거꾸로 말하면 아카데미상이 향후 로컬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로 갈 것인가를 되묻는 답변이기도 했다. 여기에 아카데미는 <기생충>에 4관왕을 수여함으로써 답변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카데미도 이제는 더 이상 로컬 잔치가 아닌 글로벌한 축제로 나가겠다는 것.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한국영화 나아가 한류 콘텐츠들 역시 더 이상 로컬이 아닌 글로벌한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이 말해주는 건, 국제영화상 수상작 그 이상의 글로벌한 대중적 인기 또한 한국영화가 거뒀다는 점에서 여느 상과는 의미가 다르다.

K팝의 첨병으로서 미국 시장 깊숙이 들어간 BTS가 빌보드에 이어 그래미에서 모습을 보이고, 이제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4관왕을 거두는 이 풍경은 우리의 한류 콘텐츠가 향후 나아갈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예술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콜세지의 말을 인용해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 수상소감을 말한 대목을 가져와 그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런 이야기가 될 것이다. 가장 한국의 로컬의 문화와 정서를 담은 영화가 가장 글로벌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



아카데미도 봉준호 감독도 또 나아가 한국영화나 한류 콘텐츠들도 이제 더 이상 로컬은 없다. 언어나 자막의 경계도 뛰어넘었고 국적이나 인종의 문제는 더더욱 의미가 없어졌다. 영화라는 글로벌한 문화 소통의 장이 있을 뿐. 그 경계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기꺼이 뛰어넘었고 아카데미는 호응해 주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CJ엔터테인먼트, TV조선,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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