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이선균을 뜨악하게 보는 시선들, 참으로 씁쓸하다

2020-02-12 11:32:04



‘검사내전’이 검찰개혁에 대한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보인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자신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건 처음부터 안 될 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포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희망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자라고 있으니까요. 다른 데 한 눈 팔지 않고 느슨해지지 않으려고 순간순간 애를 쓰면서 내 눈앞에 있는 누군가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려 노력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거는 희망이 있기에 전 내일도 출근할 겁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이 되어 있겠죠.”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은 검찰 내부의 비리를 수사하는 특별수사단을 맡게 된 김인주(정재성) 전 진양지청장이 이선웅(이선균)을 그 수사단으로 불렀지만 결국 그토록 서울로의 발령과 출세를 희망하던 그가 모든 걸 포기하고 다시 진양지청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이선웅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건 특별수사단이라는 거창한 외관을 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일종의 대국민 무마용 수사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한 증거와 진술이 차고 넘침에도 불구하고 이선웅의 구속영장청구는 김인주 특별수사단장에 의해 거부되었다. 게다가 그는 그 수사단에서 왕따 취급을 받았다. 수사단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 윗선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래서 이선웅의 ‘진짜 수사’를 뜨악하게 쳐다보았다. 도대체 왜 이 수사단에 들어왔냐고 묻는 그들은 진양지청의 검사들과는 너무나 달랐다.



<검사내전>이라는 드라마가 특별했던 건 우리가 많은 검사 소재 콘텐츠에서 봐왔던 ‘정의의 사도’나 ‘적폐’가 아닌 일상 검사의 면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검사도 사람’이라는 것. 그런데 이런 크고 작은 민생 사건들에 온 힘을 다 기울이는 검사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검사들도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아프게도 말미에 보여준다. 이른바 출세와 권력을 지향하는 정치검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검사 비리가 사건으로 터지고 그 때마다 자체 감사나 특별수사라는 명목으로 팀이 꾸려졌지만 실제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건 그들이 어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는 검찰개혁이 어째서 자체적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가를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는 일’의 불가능으로 말하고 있었다.



<검사내전>은 그래도 이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노력하며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려 애쓰는 검사들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남는 씁쓸함 또한 지울 수 없다. 그것은 몇몇 출세한 검사들이 중앙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현실이 이들의 소소한 희망 앞에 무겁게 드리워져 있다는 걸 말해주기 때문이다.

<검사내전>은 전체적으로 코미디 장르의 경쾌함을 유지했지만, 막바지에 이르러 그 경쾌한 코미디는 그래서 블랙코미디 같은 씁쓸한 맛을 더해주었다. 이들이 진양지청이란 외진 곳에서 웃고 떠들고 소박한 회식에 즐거워하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문제들을 들여다보는 그 소소해보이지만 확실하고도 위대한 일상은, 정반대로 그런 소신 있는 검사의 길이 출세를 버리고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어떤 곳 정도의 거리만큼 떨어져 나와야 가능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이 블랙코미디로서 <검사내전>을 다시 돌아보면 이 작품이 가진 진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검찰 내 개혁을 다루는 콘텐츠들이 현실에선 좀체 이뤄지지 않는 사법정의의 판타지를 그려내는 대신, 지독한 현실을 먼발치에서 발랄한 진양지청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출세라는 미망과 검사라는 직종에 대한 절망과 희망을 <검사내전>은 그 어떤 검사 소재 콘텐츠도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유쾌하게 담아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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