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에게 함박웃음 주는 ‘씨름의 희열’, KBS의 알짜 됐다

2020-02-13 13:38:27



정직한 ‘씨름의 희열’, 사기 친 ‘프로듀스’보다 백만 배 나은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KBS <씨름의 희열>은 태백과 금강 체급의 씨름선수들의 경량급 천하장사 대회 중계방송이다. 하지만 스포츠중계로 보기에는 예능적 요소가 꽤 들어가 있다. 김성주와 붐의 진행 방식도 그렇고, 구성은 중간에 선수들의 인터뷰가 들어가는 등 Mnet 음악채널 경연 프로그램과 빼닮아 있다. 차이점은 그 주인공들이 스웩이나 귀여움으로 승부하는 래퍼나 남자아이돌 아닌 모래판의 장사들이라는 데 있다.

<씨름의 희열>은 어쩌면 꽤 위험한 모험일 수도 있었다. 최근 들어 스포츠스타를 메인으로 내세우는 예능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그건 이미 그 스타들이 셀럽에 가까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몇 년간 한국에서 민속스포츠 씨름은 텅 빈 관객석을 두고 이뤄지는 시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젊은 씨름 선수들의 역동적인 경기 장면들이 화제가 되었다. 그에 발맞춰 <씨름의 희열>에서는 다시 한 번 이 민속경기를 사랑해 달라고 시청자에게 윙크를 날린다. 건들대거나 손하트 날리는 애교발산이 아닌 무뚝뚝하고 탄탄한 씨름선수들의 쑥스럽고 무뚝뚝한 윙크였다. 그런데 그게 보면 볼수록 마음에 박히는 부분이 있었다.



그 결과 후반부에 이른 지금 <씨름의 희열>은 알짜배기 프로그램으로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씨름의 희열>의 승부수는 젊은 씨름선수들이었지만, 단순히 이들의 잘생긴 얼굴과 단단한 몸으로 승부를 보지는 않았다.

<씨름의 희열>은 우선 대중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씨름의 재미를 알려주는 데 주력했다. 씨름이 단순한 힘겨루기가 아니라 수많은 기술이 들어가는 경기라는 것. 그래서 몸과 머리를 함께 쓰는 정직한 시합이라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친절하게 알려준 것이다. 그 덕에 시청자들은 선수들의 멋진 경기를 보는 동시에, 이 시합에 어떤 기술이 들어가는지 하나씩 배워갔다. 제작진의 친절한 배려에 <씨름의 희열>을 보는 재미가 배가된 것이다. UFC처럼 단숨에 밀어붙이는 파워풀한 격투기와는 다른, 오밀조밀 기술을 뜯어보는 재미가 있는 새로운 격투기로 민속 씨름을 다시 보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씨름의 희열> 제작진조차도 프로그램에 출연한 16명의 금감 태백 체급 장사들이 보여주는 휴먼드라마의 힘이 이렇게 크리라는 건 미처 짐작 못했을 것 같다. 시청자는 <씨름의 희열>을 보며 비인기종목 운동선수들의 설움도 체험하고, 그들이 팬들의 사랑을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은 곱게 화장한 남성 아이돌들처럼 눈물 쏟으며 감격하지는 않는다. 쑥스러워하다가 가끔씩 행복하게 함박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거기에는 <프로듀스 시리즈> 못지않은 성공 드라마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 시청자들 역시 때로는 눈물을, 때로는 함박웃음을 숨길 수 없다.

또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어느덧 젊은 씨름선수였던 이들은 각각의 캐릭터를 갖게 되었다. 작은 체구지만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는 윤필재 장사,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이승호 손희찬 장사, 최고의 실력과 풋풋한 표정으로 상반된 매력을 갖춘 임태혁 장사, 어딘지 모르게 시크한 표정이 일품인 박정우 장사, 예능의 빌런 자질이 있는 전도언 장사, 승부근성의 남자다움과 부상투혼의 안타까움을 동시에 그려낸 허선행 장사, 젊은 씨름 열풍의 시작점인 황찬섭 장사 등등등.



<씨름의 희열>은 어느새 1등만이 아닌 장사들 모두를 기억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더구나 <씨름의 희열>은 <프로듀스 시리즈> 같은 시청자들을 농락하는 눈속임이 없다. 씨름이란 바로 눈앞에서 정직한 승부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만약 <씨름의 희열>이 <프로듀스>였다면 젊은 씨름의 아이콘인 황찬섭을 결승까지 끌고 가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직한 <씨름의 희열> 세계에서 탈락한 황찬섭은 8강에조차 오르지 못하고 관객석에 앉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바로 승부의 세계다. 이 눈속임 없는 솔직한 승부의 세계가 존재하기에 <씨름의 희열>은 흥미로운 스포츠경기이자 듬직한 예능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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