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신이 떴다’, 국뽕 정서를 살짝 건드린다는 건

2020-03-20 13:04:20



‘트롯신이 떴다’에서 요리 예능과 휴먼 다큐가 떠오르는 이유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미스터트롯>이 폭발시킨 트로트 열풍은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오프라인 공연과 행사의 전면 취소로 주춤할 수밖에 없는 상황. 불씨를 이어갈 수 있는 곳이 그나마 전파를 통해 대중들과 비대면 거리두기 소통이 가능한 방송이고 SBS <트롯신이 떴다>(이하 <트롯신>)가 트로트 부흥 도우미 후속 타자로 급부상했다.

<트롯신>은 남진, 설운도, 김연자, 진성, 주현미, 장윤정 등 트로트 레전드들이 베트남에서 현지 공연을 펼치면서 케이트롯을 알린다는 포맷. 지난 4일 첫 회에 1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 전체 예능을 통틀어서도 최상위 인기 예능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높은 인기를 유지 중이다.



18일 3회 방송에서는 레전드들이 교민을 위한 공연에 나섰다. 1회, 2회 현지인들 앞에서 게릴라 버스킹 공연을 하고 호치민 최고 인기 바에서 자신들의 히트곡을 들려줘 봤다. 하지만 청중들은 낯설어하고 무반응이었는데 한국에서는 늘 환호 속에 공연해온 레전드들에게는 힘 빠지고 위축되는 일이었다.

3회에서는 교민들의 적극 호응 속에서 레전드들은 다시 흥을 되찾고 에너지를 충전했다. 또한 교민이 주 대상이긴 했지만 간간이 함께 한 현지인들도 교민들의 열광적인 분위기에 동화돼 앞서와는 다소 다르게 트로트 음악을 즐기는 모습도 비쳤다. 레전드들이 다시 현지인들 공략에 나서는데 희망을 가져볼 만한 분위기였다.



<트롯신>은 한국 가수가 해외에 가서 거리 공연을 펼친다는 점에서 JTBC <비긴어게인>을 닮았다. 하지만 <트롯신>과 본질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 <비긴어게인>은 공연 레파토리 중 일부가 현지에도 알려진 영미 팝 히트곡이다. 또한 공연지가 대개 다른 나라에서 온 가수들의 버스킹에 익숙한 곳이다.

즉, 이국의 가수들이 외국어로 공연을 하더라도 감상하고 즐겨보려는 마음 자세가 갖춰져 있는 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롯신>은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어로, 현지인들이 익숙하지 않은 트로트 장르의 곡을 거리 공연한다. 베트남에도 케이팝과 한류 유행이 있어서 호의를 가진 관객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긴어게인>처럼 중간중간 아는 노래도 나오고, 다른 국적 가수의 버스킹이 익숙해 열린 마음으로 공연을 즐길 정도까지는 아닌 분위기다.

<트롯신>은 오히려 <윤식당> <현지에서 먹힐까(미국편)> <국경없는 포차>(이상 tvN)같은 해외 현지 도전 요리 예능과 더 가까워 보인다. 한국 음식으로, 또는 한국화된 외국 음식으로 해외에서 영업을 해 이 음식이 생소한 현지인들의 반응을 보는 형식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사실 시청자들의 ‘국뽕’ 정서를 어느 정도 겨냥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적인 것들이 낯선 지역에서 좋아하는 현지인 모습과 좋은 평가에 자긍심과 만족감을 얻는 심리다. <트롯신>도 최고의 가수들이 도전에 나선다면 트로트 장르를 낯선 베트남에서 사랑받게 만들 수 있을까가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흥미 유발 요소다.

<트롯신>은 여기에 스타 관찰 예능을 덧붙였다. 사실 트로트 레전드들의 무대 밖 실생활 모습을 프라임 타임 예능에서는 볼 기회가 드물었다. 그간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MBC <사람이 좋다>같은 휴먼 다큐 교양 프로그램에서 주로 다뤄져 왔다.

하지만 트로트 열풍을 거치면서 트로트 스타들의 사적인 에피소드들도 지상파 메인 예능에서 킬러 콘텐츠가 됐음을 <트롯신>은 잘 보여주고 있다. 1회에 레전드들 사이의 나이 서열을 정리하는 에피소드나 3회에 설운도의 어설픈 요리 실력과, 두리안을 언박싱하는 내용의 유튜브 개인 채널 방송을 하는 장면에서의 서투른 모습 등 다양한 사적 에피소드들은 쏠쏠한 재미를 전하면서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는데 한 몫을 확실히 하고 있다.



<미스터트롯>이 트로트 스타 만들기로 최고 인기를 얻었다면 <트롯신>은 완성된 트로트 스타들로 예능하기로 그 뒤를 이었다. <트롯신>은 ‘국뽕’을 부르는 현지 도전기도, 그동안 몰랐던 사적 면모를 알려주는 것도 출연자들이 이미 레전드들이기에 그 흥미로움이 극대화된다.

물론 이후 방송에서 트로트 현지 반응이 상승세를 타지 못하면 다소 맥 빠질 우려가 있긴 하다. 하지만 공연이나 행사로부터 격리된 이 답답한 시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트로트 팬들이 관심을 둘 곳으로 <트롯신>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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