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 반’, 정해인도 어쩌지 못한 지루함에 대하여

2020-03-26 13:14:28



똑같이 지루해도 ‘반의 반’보다 ‘날씨가 좋으면’이 나은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16부작 드라마의 첫 주 1, 2회는 그 드라마의 절반 정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청률 면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첫 주에서 시청자를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입소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JTBC <스카이캐슬>, <이태원 클라쓰>, tvN <도깨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물론 tvN <반의 반>처럼 잔잔한 감성 드라마의 경우 처음부터 폭발적인 흡인력을 갖기는 힘들다. 시청자들이 그 감성에 촉촉하게 젖어들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반의 반>의 첫 주는 반의 반 매력도 보여주지를 못했다.

그것은 비단 2회 만에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 하원(정해인)의 옛사랑 김지수(박주현)의 연기 논란 때문만은 아니다. 혹은 <반의 반>의 느릿한 전개에 지쳐서도 아니다. <반의 반>은 공들인 영상을 보는 맛은 있으나, 실은 미세한 잡음들로 삐걱거리는 작품이다. 이 잡음 때문에 드라마에 집중하기 힘든 면이 있다.



사실 <반의 반>의 첫 주 기본 설정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과거 사랑했던 연인 하원과 지수는 현재는 만나서는 안 된다. 지수는 불행한 결혼을 했고 여전히 하원을 사랑하지만 사회의 통념상 두 사람이 사랑할 수는 없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한서우(채수빈)가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처럼 들어가게 된다. 이후 하원과 지수는 서로 만나지는 않지만 전화통화를 하며 서로의 마음을 느낀다. 서우와 하원의 관계는 첫 주에는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다.

다만 이 간단한 설정과 전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썩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렇다보니 설명을 위한 지수와 서우의 감성적인 대사들이 덧붙고, 때로는 시를 읊기도 한다. 물론 이 대사들 역시 일반인들이 공감하기 그리 쉽지 않다. 배경은 현실인데, 주인공들의 감수성은 별나라 연인들 감수성인 셈. 그렇다 보니 지수와 서우의 감정선의 대사들이 의미는 있지만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 암호처럼 복잡하게 꼬여버린다.



여기에 첨단기기 디바이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대한 비밀까지 얽혀 있다. 다만 이 비밀에 대한 실마리마저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반의 반>은 지루한데 복잡하기까지 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작위적인 장면들로 드라마의 진행도 삐걱거렸다. 특히 지수가 강원도 산골짜기로 여행 가듯 뜬금없이 노르웨이로 가버린 장면은 <반의 반>을 SNL의 한 코너처럼 만들어버렸다. 눈 내리는 밤 지수를 오두막에서 죽어가도록 만들기 위해 설정한 작위적인 장면이라니. 아무리 감성 넘치는 화면과 매력적인 OST로 포장해도 허술하게 맞물리는 장면은 그저 코미디에 그칠 따름이다.

캐릭터들이 지닌 감수성이나 대사의 느낌이 2~30대보다는 40대 ‘사추기’에 어울리는 것도 아쉽다. 만일 이 대사를 30대 후반이나 40대의 중견 배우들이 했다면 조금 느끼하기는 해도 이 드라마의 분위기와 어울리기는 했을 것 같다. 비슷한 성격의 이야기 구조를 지닌 KBS <공항 가는 길>의 주인공 이상윤과 김하늘이 어색함 없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반의 반>은 무슨 욕심인지 이 이야기에 베이비페이스의 젊은 남녀 배우들을 심어놓았다. 그래서 주인공 정해인과 채수빈 모두 이 드라마 안에서 중년의 정장을 입은 20대처럼 살짝 겉도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방송 첫 주 <반의 반>에서 가장 올드한 대사들을 읊어야하는 배우 박주현은 이 역할을 버거워하는 게 화면이 환히 드러났다. 젊은 배우가 개화기 시절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것 같은 어색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반의 반>의 1, 2회는 이처럼 집중하기 많은 단점들이 존재한다. <반의 반>은 이 단점들을 레트로 감성의 세련된 영상과 영상에 어울리는 OST로 뒤덮는다. 하지만 보고 듣기에는 좋아도 그게 드라마의 본질은 아닌 것 같다.



비슷한 시간 JTBC에서 방영 중인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역시 잔잔한 감성드라마다. 그리고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역시 전개는 느림보다. 하지만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는 이 지루함에 익숙해지면 느껴지는 편안한 안락함이 있다. 하품하면서 기지개를 켤 때의 그 느긋한 기분 좋음이랄까? 또 임은섭(서강준)과 목해원(이민영) 사이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시골 로맨스를 지켜보는 흐뭇함도 있다. 똑같이 지루해도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는 사랑해 줄 만한 이야기, 편안한 감성, 지켜보고 싶은 주인공들이 있는 것이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는 지루함 안에 진솔함이 있고, <반의 반>은 지루함 안에 공감대 없는 감수성이 보인다. 겨우 1, 2회지만 <반의 반>이 아직까지 보여준 것은 그렇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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