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개발 제대로 하면 일자리가 얼마나 생길까

2018-01-22 17:48:09



숲 가꾸려면 산림을 ‘개발’해야 한다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세계적으로 이렇게 단기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임업 전문가 마상규 박사의 평가다. 마 박사는 “오늘날 수많은 환경운동가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에서 나무 심기 운동을 하지만 산림을 복원했다는 국가는 없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의 치산녹화 성공은 자랑할 만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개발연대의 압축 성장이 한국 경제에 막대한 부실을 안긴 것처럼, 성급한 조림 사업도 큰 과제를 남겼다. 마 박사는 “우리 숲은 순환 구조를 갖추지 못했고 숲의 형질이 나쁜 곳이 많다”고 지적한다. 순환 구조란 나무의 연령이 고르게 분포돼 일정 규모의 목재를 생산하면서도 숲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뜻한다.

수령이 40년에 집중된 우리 숲의 과제는 간벌과 수종 갱신이다. 마 박사는 “이 사업을 30년에 걸쳐 진행하면 연간 목재를 3000만 입방미터 생산할 수 있다”며 “이는 현재의 시세인 입방미터당 10만 원을 적용하면 연간 3조 원어치”라고 말했다. (순환 구조를 갖춘 다음 연간 목재 생산량은 얼마가 될까?)

◆ 산림 경영으로 일자리가 얼마나 생길까

숲 가꾸기 사업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숲 가꾸기 사업에 실직자를 고용하자고 제안했다. 이 사업은 연간 최다 10만 명까지 고용했고 지금은 약 2만 명이 숲에서 일한다.

그는 우리 숲의 벌채 작업에 연간 전국적으로 6만 명의 노동력이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은 630만 헥타르다. 벌채 주기를 80년으로 가정하면 연간 1헥타르당 한 명, 전국적으로는 6만 명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 왜 벌채를 해야 하나?

나무가 정상적으로 자라려면 자기 키만큼 생육 공간이 필요하다. 높이 1미터짜리 나무에게는 1제곱미터의 생육 공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무가 자라면서 벌채를 해줘야 한다. 숲은 일생 동안 조림지에서 5회, 어린 나무 2회, 큰 나무 3회 등 10회 정도의 가꾸기 작업을 거친다.

벌채 인력 외에 산림 경영기술자가 1000헥타르당 한 명씩 모두 6000여 명이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또 경영계획 편성, 임업기계 장비·기술 지원, 경영행정 지원, 교육 훈련 6000여 명의 전문 인력 필요하다고 말한다.

◆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

문재인 정부는 임업 육성을 국정과제에 넣었다. 국정과제의 81째가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 조성’이고 이 사업의 셋째가 다음과 같은 ‘산림 일자리·복지 확대’다. 이 과제를 이 책의 해당 부분에서 구체적으로 서술했다면 책이 더 알차게 됐을 듯하다.

▪ (산림 일자리・복지 확대) 산림분야 공공ㆍ민간 일자리 창출, 임산물 재해보험 운영 및 생애주기별 맞춤형 산림복지 서비스 제공
▪ ’18년 나무의사 자격제도 도입 및 ’20년부터 목재산업단지 조성
▪ ’22년 전국 권역별 국ㆍ공립 산림복지단지와 국가 숲길 네트워크 조성

숲을 제대로 가꾸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거버넌스 구조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국내 숲의 67%는 사유림이고, 사유림의 산주는 영세하다. 정부가 숲 가꾸기 사업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산주들이 숲 가꾸기와 경영에 참여하고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일은 쉽지 않을 듯하다.

◆ 숲 경영의 기본 시설, 임도를 닦자

우리 숲에는 임도가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 임도는 숲 경영에 기본인 시설이다. 임도는 산림 작업자가 오가는 길이자 목재 운송로이고 운재로, 산판길이라고도 불린다. 적정 임도 밀도는 헥타르당 40미터다. 임도는 작업 도로로 연결된다. 작업 도로는 기계 주행로라고도 한다.

현재 임도는 산주가 시설 및 복구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다. 정부가 임도와 작업로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런데 영세한 산주는 임도를 닦을 형편이 아니다.

만약 1980년대부터 무리하지 않고 전문 기관을 통해 연간 임도를 1000킬로미터씩 계속 시공하고 관리했다면 임도는 현재 헥타르당 7미터가 조성됐을 것이다. (현재 임도 밀도는 어느 정도인가?) 마 박사는 “평균 임도 밀도를 스위스와 같이 헥타르당 30미터로 잡을 경우 전국적으로 18만킬로미터가 필요하다”며 “연간 1800킬로미터씩 시설해도 100년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마 박사는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75~99년 임업 전문가로 활동했다. 경상남도 양산에서 독일 정부와 함께 산림경영협력사업을 했고 강원도 강릉 임업기계훈련원에서 산림기술자와 산림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업기술교육을 했다.

공저자 이강오 씨는 1998년 사단법인 생명의 숲에 참여했고 여기에서 마 박사를 만나 숲 가꾸기와 산림 경영을 배우게 됐다. 2003년 도시 숲 시민운동 단체인 서울그린트러스트를 창립하는 데 참여했다.

책의 만듦새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내용의 구성이 가지런하지 않고 어떤 부분은 중복되고 어떤 부분은 거론되지 않는다. 2부는 마 박사의 활동을 되짚어보는 내용인데, 국내 숲 가꾸기에서 이 활동의 위상과 현재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설명해줬으면 더 좋았겠다. 또 산림 경영의 모델을 제시하긴 했지만, 산주들이 거둘 수 있는 수익이라는 경제적인 접근은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산림 경영의 선진국들의 목재 가공·활용 산업 분야 최근 움직임을 소개하고 이에 비추어 임업이 지닌 가능성을 조망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은 개발하고 활용하기보다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해 이 책은 “많은 사람이 개발이라는 용어를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산림 개발 또는 산지 개발은 숲을 제대로 가꿔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데 필요한 기반 시설을 갖추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smitten@naver.com

[책 정보]
마상규·이강오 지음, 숲 경영 산림 경영, 305쪽, 푸른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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