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참견 시점’, 왜 주가 높은 전현무 활용에 인색할까

2018-03-12 12:06:15



한마디 참견하고 싶은 ‘전지적 참견 시점’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해 겨울 방송된 MBC 파일럿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이 정규 편성됐다. 일상의 동반자라 할 수 있는 매니저를 통해 연예인의 숨은 모습을 발견하는 또 하나의 관찰예능으로, 이영자, 전현무, 송은이와 김생민, 양세형, 유병재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구성했다. 파일럿 방영 당시, 재미나 신선함보다도 논란을 낳으며 프로그램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데 일조했던 이재진은 합류하지 않았다.

다시 떠오르는 MBC 예능답게 어려운 시간대에서 자리를 잘 잡았다. <미스티>,<대군>과 같은 인기 드라마와 터줏대감 <그것이 알고 싶다>,<동치미>는 물론, <짠내투어>,<개밥 주는 남자>부터 신생 <1프로의 우정>까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몰려 있는 토요일 11시대에서 첫회 시청률 5%를 넘기며 선방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연예인의 지근거리에 있는 매니저들의 말 못할 고충을 제보 받아 일상을 관찰하고, ‘스타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본격 참견 예능이라 한다. 가족이란 관계를 통해 연예인의 사생활을 다루는 가족 예능의 변형된 버전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피어나는 따뜻함을 지향한다. 하지만 파일럿에서부터 갖고 있던 한 가지 숙제가 완전히 해소되어 보이진 않는다.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재미의 근본이 연예인과 매니저간의 ‘갑을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불편함과 웃음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높아진 의식 수준 간의 갭을 인지하고 얼마나 메우는지가 웃음의 순도를 높일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의 의견을 더해서 중화하곤 있지만 파일럿 당시의 논란도 이 지점에서 삐끗해 시청자의 마음을 건드린 일이다.

물론, 제작진도 많은 고심을 한듯하다. 각기 다른 스타일과 상황에 놓인 이영자, 김생민, 유병재는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내일모레 30년 차 방송인인 이영자와 그의 매니저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일반적인 수직관계다. 그러면서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드러내고, 김생민은 오히려 연예인이 매니저를 챙기고 데리고 다니는 전복적인 상황을, 유병재는 비즈니스 이전에 단짝 친구이자 동거인으로 지내는 색다른 관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가장 큰 웃음 포인트라 할 수 있는 불만사항을 돌려 지적하는 이영자의 충청도식 화법과 먹는 것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은 위계관계 하에서 빛을 발하는 에피소드들이다. 옷 챙겨주기나 식사 관련 에피소드들은 <나 혼자 산다>에서 다니엘 헨리가 보여준 매니저와 연기자의 관계처럼 직업인 대 직업인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벌어지기 힘든 상황이란 점에서 일종의 뇌관이다. 혼자서도 잘해온 매니저 없는 대세 연예인 김생민이 사회 초년생의 매니저를 살뜰하게 챙기는 이야기가 독특하게 다가오는 것도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움을 달랜 건 새롭게 합류한 유병재와 그의 매니저의 수평적인 관계다. 특이하다고 소개됐지만 매니저가 아랫사람이 아니라 내성적인 유병재의 방송 및 사회 활동을 뒷받침하는 친구이자 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파일럿에서 받은 피드백의 영향 때문일까. 정규방송은 파일럿과 달리 매니저의 고충에 집중한다기보다, 출연진의 캐릭터를 내세우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매니저와의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 캐릭터를 서서히 잡아가는 게 아니라 맛집을 꿰뚫고 다니는 먹성 좋은 이영자, 극단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의 유병재, 경제개그맨 김생민 등 익히 알려진 특정 콘셉트에 맞춰 다듬어 진열하다보니, 파일럿 당시만큼 신선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이 점이 아쉬운 또 한 가지 이유는 포스트 유재석 시대에 가장 주가가 높은 전현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관찰형 예능이지만 <나 혼자 산다>의 전현무와는 사뭇 다르다. 이영자, 송은이, 김생민 등 선배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일정한 콘셉트 안에서 에피소드를 배열하기 때문에 스튜디오 토크에서는 리액션 이외에 특별히 덧붙일 말이 크게 없는 탓이 더 커 보인다.

새로운 예능은 언제나 반갑다. 특히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예능은 삶을 살아가며 여러 공감과 위로, 그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엿보는 재미까지 흥미로운 점이 많다. 관찰 예능이 롱런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 새로운 관찰형 예능이 다소 경직되게 느껴진 것은 늘 긴장하고 있는 매니저들을 보는 불편함만은 아닌 듯하다. 관찰예능에서 익히 알려진 캐릭터를 뒷받침하는 에피소드를 증명하는 식으로만 전개된다면 새로운 인상을 심어주기 어렵다. 매니저라는 직업의 전문성, 관찰예능의 관찰이 갖는 의미를 조금 더 녹여낸다면 이른바 전지적 시점으로 누군가의 일상을 살펴보는 재미가 더욱 커질 듯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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