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뒷심 부족했지만 메시지는 끝까지 분명했다

2018-03-12 16:55:43



‘황금빛’이 기존 가족드라마를 뒤집어 제시한 신 가족주의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 종영했다. 긴 여정이었던 터라 디테일한 부분들에 있어서 아쉬움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결국 드라마가 하려고 했던 메시지와 그것을 구현해가는 방식에 있어서 이 드라마는 확실히 다른 면면이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가족드라마들의 공식들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황금빛 내 인생>은 그 공식을 가져와 그 공식을 깨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가족이라는 틀을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 드라마였다.

기존의 가족드라마들이 제 아무리 힘든 현실 속에서도 ‘가족’의 가치를 드러내는 보수적인 입장이었다면, <황금빛 내 인생>은 태생적으로 주어진 가족을 위한 희생보다 개개인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행복을 이야기했다. 내 인생이 진정한 ‘황금빛’일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스스로 선택한 삶에서의 행복을 통해서이지, 주어진 ‘황금빛’ 삶을 통해서가 아니라는 것. 이것은 또한 거꾸로 말해 주어진 삶이 ‘흙수저’라고 해도 그 삶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전언이기도 했다.



하지만 <황금빛 내 인생>은 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서 기존 가족드라마의 틀을 가져왔다. 이를 테면 ‘출생의 비밀’ 코드를 가져와 잃어버린 재벌집 딸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것. 하지만 그 소재는 정반대 방향으로 활용되었다. 신데렐라의 탄생이 아니라 불행한 삶의 시작을 보여준 것. 재벌가로 들어간 딸들은(한 차례 진짜와 가짜 바뀌는 설정까지 더해졌지만) 모두가 자기 삶이 없다는 것에서 불행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서태수(천호진)로 상징되는 서민가의 아버지도 기존 가족드라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서태수는 ‘그래도 가족을 챙기는 가장’의 모습에서 탈피해 가족을 위한 삶을 부정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면서까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아버지상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마지막 순간 자신이 하고 싶어 했던 기타 연주를 하고 이생을 마감하는 장면은 역시 가족만을 위한 희생이 이제 더 이상 아버지들의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드라마는 역설했다.



재벌가의 자재들도 그 주어진 ‘황금’의 삶이 아니라 자기가 선택한 삶으로 돌아갔다. 주주총회에 의해 회장이 된 최도경(박시후)은 모든 걸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자신의 힘으로 일궈낸 사업을 선택했다. 그것이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기업 같던 최도경네 집은 노명희(나영희)도 최재성(전노민)도 모든 걸 내려놓으면서 진정한 가족의 모습을 갖게 됐다.

당연히 재벌가와 서민가가 결혼으로 엮어지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없었다. 모든 걸 버린 최도경과 이제 홀로 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서지안(신혜선)은 그런 가족의 배경이 지워진 상태에서 ‘다시 만나는’ 인연을 이어갔다. 그건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남녀가 만나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물론 후반부에 이르러 <황금빛 내 인생>은 서태수라는 아버지의 희생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다. 너무 힘겹게 모든 걸 감수해내고 결국 사망하는 아버지의 희생에 시청자들도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이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는 분명 담겨 있다고 보인다. 즉 과거의 가부장적 가족체계가 아니라 이제 개개인이 행복해질 수 있는 새로운 가족체계는 결국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아버지들의 선택에 의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태수도 또 최재성도 파국으로 치닫던 양가를 끝까지 지탱하고 유지하게 한 존재들이 되었다. 그들은 가부장적 선택을 버리고 대신 가족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선택했다. 가족드라마의 공식을 가져와 그 공식을 깨고, 새로운 가족을 제안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들 아버지들 같은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이라고 다 가족이 아니다. 제 아무리 가족의 연으로 묶여있다고 해도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때 그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지금 우리 시대가 갖고 있는 ‘가족의 위기’는 사실 과거로부터 내려오던 그저 혈연으로 묶어진 가족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족은 무엇일까. <황금빛 내 인생>은 그 가족상이 바로 나로부터 시작될 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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