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변호사’ 같은 비현실적 법정물, 이제는 용인되는 이유

2018-05-20 11:27:42



법정으로 간 드라마들, 현실과 장르적 재미 사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정의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깊었던 걸까. 최근 사회 정의를 담은 법정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드 원작의 KBS 수목드라마 <슈츠>가 그렇고, tvN 토일드라마 <무법변호사>,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 또 월화로 방영예정인 JTBC <미스 함무라비>가 모두 법정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다.

물론 법정이 등장하고, 검사와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들이 나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쏟아지고 있는 법정물들은 그 색깔이 훨씬 다양해졌고, 이야기의 깊이도 깊어졌다. <슈츠>는 유명한 미드 원작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네 사회현실이 가진 문제들을 담았다기보다는, 한 로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 사건을 맡게 되는 최강석(장동건), 고연우(박형식)가 그 과정을 통해 상기시키는 삶의 처세적 관점을 담고 있다. 미드 특유의 디테일한 사건들이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면서, 그 사건을 처리해가며 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는 맛이 쏠쏠한 법정물이다.



<무법변호사>는 기성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법으로 세상을 농단하는 인물들’과 그들과 ‘법으로 싸우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장까지 좌지우지하고 기성의 조폭들까지 발 아래 두며 사실상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는 적폐 차문숙(이혜영) 판사와, 그로부터 어머니를 잃고 복수의 일념으로 변호사가 되어 기성으로 돌아온 봉상필(이준기)의 대결구도를 다루고 있다. 사건이 벌어지는 기성은 가상의 도시지만, 마치 현실을 축소해놓은 듯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 그래서 조금은 비현실적인 장면들과 전개들도 이 가상도시의 적폐적 구조가 갖는 특징 때문에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검법남녀>는 법의관과 검사가 공조해 사건을 해결해가는 CSI류의 법정물로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한 법의관과, 다소 감정적이지만 포기할 줄 모르는 열정을 가진 검사의 케미가 돋보이는 드라마다. 망자가 보내는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는 법의학에 대한 디테일한 스토리와 연출이 장르물을 즐기는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재미를 줄 것으로 보이는 드라마.



새로 시작하는 <미스 함무라비>는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이상주의 열혈 초임 판사, 섣부른 선의보다 원리원칙이 최우선인 초엘리트 판사, 세상의 무게를 아는 현실주의 부장 판사, 달라도 너무 다른 세 명의 재판부가 펼치는 生리얼 초밀착 법정 드라마’라고 소개되어 있다. 살짝 등장한 예고편을 보면 코미디적인 외피를 쓰고 있는 느낌이 강하지만 유명한 작가로서도 알려져 있는 문유석 판사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또 이번 극본도 직접 그가 썼다는 점에서 그 사건들이 훨씬 현실적일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법정물이 이렇게 쏟아져 나오게 된 건 드라마 외적으로 보면 2016년 말 탄핵 정국부터 정권 교체 그리고 지금껏 이어져온 적폐 청산에 대한 사회적 갈증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법꾸라지’라는 표현이 나왔을 정도로 법 집행에 있어서 공정하지 못하게 비춰지는 사법 현실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것.

드라마 내적으로 보면 최근 대중들의 장르물에 대한 높아진 관심 속에서 법정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법정물은 그 특성상 실제 사건 케이스들을 취재를 통해 드라마로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풍부하고 다양하다는 것이다. 또 장르물로서의 이야기구조도 어느 정도 정해진 틀이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같은 법정물이라도 최근 등장한 법정물들은 현실성보다는 이야기성에 더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무법변호사> 같은 작품이 가진 가상도시에서의 복수극이 그렇고, <슈츠>가 그리고 있는 천재지만 흙수저로서 가짜변호사로 로펌에서 맹활약하는 인물이 그렇다. 이제는 시청자들도 장르물 자체를 즐길 정도로 이러한 법정물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비슷한 이야기들보다는 다소 비현실적이라도 신선한 이야기를 더 원하게 됐다.

그래도 법정물이 이렇게 쏟아져 나온다는 건 여전히 실감하지 못하는 법 정의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걸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적폐청산의 길을 걷고 있어 다소 장르적 재미 속으로 들어가도 이제는 그 비현실성조차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긍정적인 변화가 느껴지긴 하지만, 여전히 그 근원적인 갈증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KBS, 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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