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정부터 김숙까지, 더할 나위 없는 소통의 달인들

2018-06-22 17:15:04



‘밥블레스유’ 헤어질 때 벌써 다음 만남 기다려지는 쇼의 등장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모든 것은 한 장의 사진에서 출발했다. 2017년 10월, 김숙의 SNS에 올라온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4인방의 먹방 인증샷은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었고, 이 ‘환상의 조합’은 그대로 신개념 먹방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의 토대가 됐다. ‘콘텐츠랩 비보’가 기획을 맡고 OLIVE가 제작 전반을 책임지는 <밥블레스유>는 이미 잘 알려진 4인방의 케미스트리와 더불어 ‘대세 기획자’ 송은이의 새 프로젝트, 원조 먹방의 귀환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영자의 참여 등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이다.

푸드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시대에 <밥블레스유>는 먹방에 고민상담을 결합해 차별화를 둔다. 이미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소통의 달인’으로서의 진가를 보여온 출연자들의 특성과 채널의 특수성이 잘 조화된 기획이다. 여성예능이 희귀한 방송가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쳐온 여성방송인들과 다양한 여성전용 프로그램을 선보여온 Olive가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도 눈길을 끈다. [TV삼분지계]가 이 화제의 프로그램의 첫 회식을 지켜본 감상을 내놓았다.



◆ 소통의 달인들이 들려줄 공감의 이야기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다. 옛말 그른 데 없다고 방송도 하는 사람이 뭘 알아야 잘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방송 현실이 어디 그런가. 음식에 해박하지 못한 사람에게 맛 프로그램을 맡기질 않나, 집안 꾸미기에 도통 관심 없는 사람이 버젓이 셀프 인테리어 프로그램을 하질 않나, 심지어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는 이가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차차 알아가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얼토당토않은 진행자에게 프로그램을 맡겨서 오래 가는 예를 본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밥블레스유>는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 아닌가.



다들 이들이 어떠한 환상의 먹방을 보여줄지 주목하는 모양인데 사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사연 소개다. 21년 째 라디오 방송을 통해 청취자와 만나온 최화정, 역시 라디오와 팟캐스트 DJ로 꾸준히 대중과 교감해온 송은이·김숙, 그리고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 8년 넘게 고민상담을 이어온 이영자. 모두 공감 능력이 뛰어난 소통의 달인들이다. 연습문제 ‘3시간 자고 일하라는 상사’에 대한 사연에 즉시 고발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같이 분노해준 저력의 언니들. 고민은 귀기울여줄 상대를 만나 속 시원히 털어놓는 순간 절반은 사라지는 법. 고단한 일상으로 인해 하루하루 끼니 때우기에 급급한 많은 이들이 <밥블레스유>를 통해 세상사는 소소한 재미들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는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여성 4인용 식탁’의 위로

4라는 숫자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흔히 4중주를 가장 완벽한 화음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팀이라면 리더부터 막내까지 역할 배분하기에도 좋고, 둘씩 짝을 지으면 어느 한 명이 소외될 일도 없다. 무엇보다 이 숫자는 식탁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여러 음식을 ‘골고루’, 그리고 ‘충분히’ 맛보고 싶을 때 4인이 딱 적당하다는 것을. <밥블레스유>에서 다른 설명 필요 없이 4명이 식탁에 앉아있는 모습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하물며 굳이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편안한 사이라면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위로다. <밥블레스유>는 그처럼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관계와 정서를 고스란히 식탁으로 옮겨옴으로써 김숙의 말대로 “니도 내도 다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된다.



고민 상담 부분도 인상적이다. ‘신개념 푸드테라픽쇼’를 표방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근본적인 솔루션을 기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음식을 먹으며 고민 풀이를 한다는 것도 너무 가벼운 접근이라 생각할 수 있다. <밥블레스유>는 영리하게도 “일상 속 아주 간단한 고민들”을 대상으로 하며 이러한 우려를 차단한다. 너무나 사소해서 말하기조차 어려운, 그래서 가장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것은, 출연자들이 적어도 ‘경청’이라는 고민 상담의 기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경청의 대상이 되는 경험이 지극히 제한적인 것임을 생각하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이 프로그램의 ‘여성 예능’으로서의 가치도 두드러진다. <밥블레스유>는 단지 여성들로만 이뤄진 것을 넘어서 여성들의 경험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이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호흡조절의 첫 화, 그럼에도 유려하다

세상엔 본편이 방영된 후에야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이 있는 반면, 편성 소식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도 있다. Olive와 비보 TV가 공동으로 제작한 <밥블레스유>는 단연 후자다. 팟캐스트 <비밀보장>과 유튜브 채널 비보 TV를 통해 입증된 바 있는 최화정-이영자-송은이-김숙 4인의 케미스트리는 사람들의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그래서였을까. <밥블레스유>의 첫 방영분은 기대보다는 다소 심심했다. 물론 충분히 즐겁고 유쾌한 회차였지만, 빠른 리듬으로 편집되었던 예고편들에 비해 TV 예능 특유의 자막과 재해석이 가미된 본편의 호흡은 다소 느렸다. 대부분의 장면이 이미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예고편의 연장선상이었던 것 또한 아쉬움을 더한 요소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타겟 시청자층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통해 이미 이 넷을 영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시청자들에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는 첫 회가 다소 느릴 수 있었겠지만, Olive를 통해 <밥블레스유>를 처음 접하는 시청자들에겐 이 넷의 관계성과 대화가 오고 가는 티키타카의 호흡,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설명해줄 회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비로소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통해 이들을 익히 알고 있던 온라인 시청자 층과 TV 기반 시청자들이 같은 출발선상에 설 수 있으니까. Olive 제작진이 첫 회에 굳이 ‘비긴즈’라는 표현을 붙인 건 아마 그런 이유였으리라.

그 점을 감안하고 보면 <밥블레스유>의 첫 방송은 썩 유려하다. 시청자들의 사연은 감정노동을 호소하는 전화 상담 센터 직원처럼 심각하고 진지한 사연부터, 더치 페이를 할 때 자꾸만 돈을 덜 주고 더 받으려 드는 친구 때문에 빈정이 상한다는 청취자처럼 사소하지만 영 찜찜한 사연까지 그 무게와 색깔이 다 달랐다. 그리고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과 KBS <안녕하세요>, 팟캐스트 <비밀보장>을 통해 오만가지 고민들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최화정과 이영자, 송은이와 김숙은 매 사연을 진심으로 성의껏 대하면서도 동시에 분위기가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도록 만드는 능란함을 선보였다. 정신없이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끝나 있던 식사 자리처럼, 헤어질 때 벌써 다음 만남을 기다리게 만드는 쇼가 세상에 도착했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O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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