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리얼 승무원 도전기, 맥락 없으니 외면 받을 수밖에

2019-03-11 15:52:47



‘비행기 타고 가요’, 더 나아가지 못하는 직업체험 예능의 세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소방서, 군대, 교도소, 경찰, 농부, 해녀, 그리고 이제 승무원의 비행까지 카메라 앞에 놓였다. 토요일 저녁 채널A에서 방영되는 <비행기 타고 가요>는 부제부터가 정직하게도 ‘리얼 승무원 도전기’다. 시골 경찰을 체험한 바 있는 신현준을 중심으로 유라, 황제성, 기희현, 정진운 등의 연예인들이 ‘에어서울’의 승무원이 되어 실제 여객기에서 승객을 모시고 서비스한다. 국내 저가항공사 중에서도 비교적 가장 늦게 생긴 에어서울의 프로모션이자 연예인들이 승무원이란 어엿한 직업인으로 성장해가는 도전기다.

체험예능이라 하면 어떤 취미나 분야를 하나씩 따라 해보는 <궁민남편> 같은 예능도 있지만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자 누군가에게는 선망인 직업, 직장 체험에 포인트를 둔 예능도 있다. 특히 요즘은 이런 식의 직업 체험 예능이 유독 눈에 띈다. 우선 월요일에는 MBC every1 <도시경찰>이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장혁, 조재윤 등의 연예인들이 합류해 실제 수사를 체험하고 돕는다. 금요일 밤 JTBC <해볼라고>는 직장 체험하는 목적의식이 보다 뚜렷하다. 조폐공사, 카카오 등 유명 기업들의 공채 전형과 일과를 하루 정도 체험하는 가상취업 리얼리티를 통해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기획의도다.



이뿐 아니다. JTBC에서는 교도소를 체험한 <착하게 살자>, 아르바이트를 체험하는 <알바트로스>, 해녀가 되어보는 채널A <워터걸스>, 농사를 짓는 tvN <풀 뜯어 먹는 소리>시리즈, 그리고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MBC <진짜사나이> 등 다양한 직업·직장 체험 시도가 최근 1~2년 사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구내식당-남의 회사 유랑기>이라는 유명 대기업의 구내식당만을 탐방하는 지극히 덕후스럽거나 잡코리아에서 만든 듯한 기획도 있었다.

이런 식의 직업 체험예능이 끊이질 않는 것은 우선 새로운 볼거리를 손쉽게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 타고 나가는 여행 예능은 많지만 비행기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적은 없었다. 게다가 승무원만 하더라도 대표적인 ‘보이는 직업’이고 많은 젊은이들이 선망 혹은 선호하는 직업군 중 하나다.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승무원들이 정확히 어떤 서비스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고 교육을 받는지 등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꿈을 키울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직업의 세계를 어깨너머로 들여다보게 되는 건, 연애의 전성기가 호감을 갖고 서로의 세계를 알아가는 초창기인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장르와 계열은 다르지만 EBS <극한직업>이나 <서민 갑부>가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익숙한 예능 문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사실상 직업 체험은 관찰예능의 산물이라기보다 리얼버라이어티의 유산이다. 직업 체험 예능은 2013년, 군대를 다룬 <진짜사나이>와 소방서를 다룬 <심장이 뛴다>를 통해 큰 인기를 끌면서 예능의 레퍼런스로 들어왔다. 그 이후 지금까지 기본 틀은 변함이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인지도가 리셋 된 새로운 환경에서 새내기가 되어 숱한 실수와 시행착오와 위기 사항 끝에 어엿한 직업인으로 성장한다는 시나리오다. 혹독하고 진지한 훈련 과정과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만난 상사, 동료들과 정을 나누며 끈끈해지는 감정도 빼놓을 수 없다.

<비행기 타고 가요>도 마찬가지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다보니 교육도 철저히 받고 업무 성과에 대한 피드백도 확실히 받는다. 출연자들은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신현준, 유라의 경우 3번째 비행을 교육을 담당했던 교관과 함께하면서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2013년부터 반복된 이 정도 재미만으로 흥미를 끌기란 쉽지 않다. 리얼버라이어티 시절보다 진정성이 훨씬 더 중시되면서 맥락, 즉 당위가 없는 체험이나 시청자들이 납득하기 힘든 일정이면 쉽게 몰입하지 못한다. 출연진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거나 특이한 상황에 연예인을 가둬놓은 설정만으로는 이제 흥미를 끌지 못한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단순한 볼거리나 뻔한 성장 스토리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비행기 타고 가요>만의 볼거리는 연예인들이 비행기에 타고 있다는 깜짝 이벤트와 함께 에어서울 승무원들이 안내하는 취항지 프로모션이다. 한번 촬영하면 한 주는 승무원으로서 업무를, 한 주는 승무원들이 가는 숨겨진 맛집, 단골 가게, 관광지, 엑티비티 등 취항지의 관광자원을 소개한다. 티웨이 항공에서 자사 승무원들을 출연시켜 제작한 여행 콘텐츠를 예능의 문법과 규모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한계가 있다. 아무리 승무원들이 알려주는 꿀팁이라고 해도 승무원 체험에 비해 가니쉬 정도로 다가오는 데다, 다음 비행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인 만큼 본격 여행 예능의 볼거리에 견주기는 버거워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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