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내기 골프’ 보도한 KBS에 손가락질해선 안 되는 이유

2019-03-18 17:29:39



KBS의 차태현 뉴스는 과연 물타기일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승리에서 비롯된 후폭풍에 KBS2가 자랑하는 인기장수 예능 <1박2일>이 침몰했다. <1박2일> 측은 정준영 사태가 불거진 후 기한 없이 제작 및 방송을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그런데 며칠 후, 핵심 중의 핵심 멤버인 차태현과 김준호가 상습적인 내기골프 관련 정황이 담긴 카톡 내용까지 보도가 되면서 폐지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지금 체제로는 더 이상 방송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연예인들의 일탈과 범죄로 파장을 일으킨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 사태는 여러 연예인이 얽혀서 성접대, 마약, 몰카, 경찰과 국세청 유착, 탈세 등등 심각한 범죄들과 도덕불감증이 총체적으로 결합한 전대미문이다. 승리와 정준영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이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들이 보여준 범죄의 질이 형편없을 정도로 저질인데다가 방송 캐릭터 이면에 숨은 진짜 얼굴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TV밖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서 콘텐츠로 만드는 오늘날, 인간적인 매력과 특징이 곧 예능의 재미 요소다. ‘승츠비’로 <나 혼자 산다>와 <미운 우리 새끼>를 누빈 승리나 자유분방하고 늘 운이 좋아서 거리낄게 없는 캐릭터로 활약하던 정준영 모두 자신들의 일상을 기반으로 방송 캐릭터를 창출한 인물들이기에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 둘에 비해 시각에 따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도박 전과가 있는 김준호와 착실하고 건전한 이미지로 사랑받던 차태현이 법적으로 도박으로 간주될 수 있는 내기골프를 했다는 KBS의 단독보도는 <1박2일> 입장에서 엎친데 덮친 격이다. 상습적일 수 있는 정황이 엿보이고 같은 단체 대화방에 담당 PD가 있었을 뿐 아니라, 정준영의 성희롱성 발언이 버젓이 등장한다는 보도 내용을 미뤄볼 때 그냥 뭉개고 넘어가기보다 가슴 아프지만 선제 보도를 통해 털어내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준영 관련 사안에서는 일제히 비난을 퍼부으며 경악을 금치 못하던 여론이 내기골프 정황을 보도 앞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충분히 잘못된 일이라고 보는 입장과 버닝썬의 경찰유착 의혹, 최근 다시 회자되는 장자연, 김학의 등 권력층이 결부된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연예인 가십으로 덮으려는 ‘수작’이 아니냐는 시선이 공존한다. 이는 달라진 여론의 양상이다. 분노하되 차갑고 이성적이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적폐 청산에 꽂혀 있다. 본질을 연예인들의 일탈 차원의 사건사고가 아니라 연예권력과 공권력이 유착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권력에 의해 자행된 장자연 사건이나 김학의 성폭력 사건, 조선일보 사주 관련 사건에 쏠린 시선을 분산하는 용도로 자극이 뛰어난 연예인 뉴스를 활용한다는 그간의 경험에서 도출한 나름의 의심도 있다. 그만큼 많은 대중들이 모든 방면에서 권력층과 유착되어 기울어진 우리 사회를 믿지 못하는 거다. 뼈아픈 이야기지만 언론도 이런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한 바 있다.



허나 이번 사건의 보도 혹은 KBS의 뉴스에 관한 비난은 과하다. 정준영의 자극적인 카카오톡 내용을 독점 보도해온 SBS는 사안의 핵심을 경찰과의 유착으로 보고 언론 발표를 따라가기 급급한 수사 진척상황, 정작 피의자는 강제 수사 하지 않고 포렌식 업체만 3일 연속 압수수색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와 촉구를 표하고 있다. 내기골프를 주요 뉴스로 내세우며 일부 비난에 직면한 KBS의 경우 그간 장자연, 김학의 관련 뉴스를 비중 있게 다룬 편이고, 지난 일요일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아예 장자연 사건은 물론 MBC ‘PD저널’ 서정문 PD까지 섭외해 방용훈 사장에 관련한 이야기를 다뤘다. 무언가 덮기 위해 연예인 뉴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 같아 보이진 않는다.

우리나라 언론의 불명예스런 별명 중 하나가 ‘기레기’이기는 하나, 우리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언론의 역할을 통한 민주적인 방법으로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를 바꾼 경험도 있다. 우리나라 신문방송학과에서는 굳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배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언론의 감시탑 기능이 제대로 발휘된 전 세계적인 사례를 만들어낸 것도 우리 언론이다. 따라서 KBS가 자사 대표 프로그램인 <1박2일>에 부정적인 뉴스를 단독보도 했다는 점에 초점을 두지 않고, 물타기를 한다는 일방적인 비난은 염려스럽다. 실제로 뉴스나 관련 프로그램은 제대로 챙겨보지 않으면서 가하는 동조와 비난이야 말로 쉽게 휩쓸리는 선동의 밥이 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예능 차원에서 봐도 그렇다. 많은 골프인들이 내기골프는 일상적이며 인당 50만 원 정도의 금액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방송이나 출연자나 그간 구축한 캐릭터에 금이 가는 소식인 건 변함없다. 오늘날 예능 출연자들은 TV안팎의 차이가 드러나면 상품성을 잃는다.

변혁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승리의 버닝썬에서 정준영으로 이어진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의 기울어진 공권력, 썩은내 진동하는 사법기관의 단면을 바라보고 질타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금요일 방송한 <거리의 만찬>에서 살펴본 바 있는 양승태 사단의 사법농단과 마찬가지로 믿었던 세상의 배신인 셈이다. 여론은 언론의 감시자이자 후원자다. 따라서 언론이 끊임없이 권력을 감시하도록, 우리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비난은 그 다음 단계에 판단하고 해도 늦지 않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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