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이 애써 도와줘도 안 될 집은 안 된다

2019-03-21 11:00:39



‘골목식당’, 도움보다 중요한 건 원칙과 기본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거제도 지세포항편이 새 메뉴로 정비하고 첫 장사에 돌입했다. 보리밥, 코다리찜집은 백종원의 도움으로 코다리찜에서 나는 냄새의 원인을 찾아냈다. 양념 자체가 적게 들어가 코다리 자체에서 나는 냄새를 잡지 못해 생긴 문제였다. 보리밥 역시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사장에게 들은 백종원은 요리 프로그램에서 인연이 된 권영원 명인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등장했던 권영원 명인은 강원도 정선의 곤드레밥 대가였다. 보리밥 대신 곤드레밥으로 메뉴를 바꾸자 맛도 보장됐고 가격도 낮출 수 있었다.

도시락집은 백종원의 조언으로 이 곳에서 나는 톳을 이용한 이른바 ‘TOT 김밥’과 돌미역, 흑새우를 더한 라면을 신메뉴로 내놨다. 톳이 주는 씹히는 식감이 일품인데다, 새롭게 개발한 라면과의 조합도 찰떡궁합이었다. 충무김밥집은 거제만의 특색을 살려 멍게젓갈을 추가한 이른바 ‘거제김밥’을 선보였다. 멍게 자체가 갖는 호불호가 있었지만 양념이 적절히 잘 된 멍게젓갈은 시식단의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신 메뉴만으로 보면 지세포항의 이 세 가게는 저마다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신메뉴와 노하우 전수까지 됐어도 첫 장사에서 문제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권영원 명인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보리밥, 코다리찜집은 손님들이 몰려오자 순식간에 멘붕에 빠져버렸다. 먼저 음식을 내줘야할 순서도 까먹었고, 혼자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자 뭐부터 해야할 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결국 조보아가 투입되어 홀서빙과 설거지를 도맡아 도와주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권영원 명인에게 배운 곤드레밥은 급한 나머지 김을 빼는 바람에 제 맛을 낼 수 없었고 결국 손님들의 혹평을 받았다. 코다리찜은 너무 바빠서 주문 자체를 받지 못했다. 조보아는 이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사장에게 오늘은 이만 하자고 제안했다. 줄 서서 기다리던 손님들은 다른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충무김밥집은 가격 문제로 백종원과 마찰을 일으켰다. 가격을 낮추자는 백종원의 조언과 달리 사장은 원가가 너무 올랐다며 기존 충무김밥에 멍게젓갈이 더해진 거제김밥을 500원 올린 5천5백 원에 팔겠다고 했다. 백종원은 결국 최종적인 선택은 사장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충무김밥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반응 중 하나가 가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식단의 반응 역시 맛은 괜찮았지만 가격 대비 양이 적게 느껴진다는 거였다.

게다가 충무김밥집은 메뉴가 너무 단순했다. 그래서 백종원이 장국을 이용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어묵시락국수 레시피를 알려줬지만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사장은 메뉴에서 뺐다. 아쉬운 백종원은 동네상권을 살리기 위해 그 레시피를 다른 가게에 알려줘도 되냐고 물었지만 사장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지금은 안 해도 나중엔 할 거라는 것. 충무김밥의 비수기에 국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욕심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의외로 안정감 있게 장사를 해낸 집은 도시락집이었다. 손이 느려서 메뉴를 줄여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사장은 줄을 선 손님들을 차근차근 받아서 늦어도 원칙과 기본에 맞는 레시피로 음식을 내놨다. 반응은 좋았다. 명인이 레시피를 알려줘도 제대로 하지 않아 맛을 낼 수 없었던 보리밥, 코다리찜집과는 너무 다른 결과였다. 또한 톳김밥에 라면을 더해 먹는 것이 거제김밥을 먹는 것보다 가성비에서도 가심비에서도 훨씬 나아보였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거제 지세포항의 죽어있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특히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장소가 그냥 지나치는 길목에 있어 손님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레시피에 명인까지 동원해 노하우 전수까지 했지만, 잘 되는 집과 잘 되지 않는 집은 명확히 나뉘었다. 그 어떤 노하우가 전수된다고 해도 결국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성패를 가른다는 것. 백종원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도와주고, 방송이 집중 조명을 해줘 없던 손님들까지 몰려들어도 결국 성패의 몫은 당사자들인 사장들이라는 것이다. 본인의 입장을 고수하며 고집과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음식 맛이든 가격이든 손님을 위하는 그 마음에 충실할 때만이 좋은 노하우도 빛을 볼 수 있는 게 아니겠나.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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