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들의 감빵생활’ 이건 tvN의 도전인가 아니면 자만인가

2019-05-13 13:31:37



‘호구들의 감빵생활’, 복고풍 지향하는 tvN의 선택 옳은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요즘 시대에 꾸준히, 가장 예스런 예능을 추구하는 방송사는 어디일까? 그 답은 공룡을 넘어 공룡 화석이 되어버린 지상파도 아니고, 타깃 시청자층을 높게 잡았던 종편도 아니다. 정답은 tvN이다. 혁신, 크리에이티브 등의 이미지가 강해서 이외일 수도 있겠지만 쇼버라이어티 시대에 대한 깊은 애정과 향수를 갖고 지금까지도 콘텐츠의 주요한 축으로 삼는 예능국은 tvN이 유일하다.

지난 7일 ‘tvN 예능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tvN ‘크리에이터 톡’ 간담회가 진행됐다. 유튜브 시대를 맞이한 TV제작자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나영석화’에 대한 비판과 해명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참석한 PD들은 하나 같이 tvN을 크리에이터 친화적 조직이라 자평했다. 대체적으로 ‘tvN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영석 사단을 품으며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7년째 이끌어온 조직이니 그럴만하다. 그런 자부심 때문일까. 복고풍 예능을 펼쳐지는 데도 너그러운 분위기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관찰예능의 전성기가 지속되면서 쇼버라이어티 시절 혹은 리얼버라이어티에 대한 향수가 한 번씩 올라온다. SBS <미추리>, tvN <놀라운 토요일>, <코빅>, <유 퀴즈 온더 블록> 등의 소규모 팬덤에서 알 수 있듯 최근에는 그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특히 <놀라운 토요일>은 요즘 시대에 게임과 퀴즈, 벌칙과 같은 쇼버라이어티의 즐거움을 차별요소로 내세우는 본격 복고 예능이다. 프로그램의 뒷부분을 책임지는 <도레미마켓>이 노래를 듣고 가사를 정확히 맞추는 진행방식이나 재미를 만드는 웃음 요소를 <해투>의 쟁반노래방에서 빌려왔다면 전반부를 책임지는 <호구들의 감빵생활>은 ‘X맨’의 재림이라 할 수 있다.

<호구들의 감빵생활>은 선량한 시민들 사이에 숨어 있는 마피아가 누구인지 추리하는 ‘마피아게임’을 기본 모티브로 삼고 있다. ‘X맨’이 팀을 나눠 게임하는 가운데 자신이 속한 팀의 승리를 교묘하게 방해하는 X맨을 찾는 설정이라면, 여기서는 팀을 나눠 게임을 하는 와중에 마피아가 누구인지 추론한다. 그러나 ‘X맨’과 달리 게임과 추리가 맞물려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마피아게임과 쇼버라이어티 스타일의 게임이 딱 붙지 않는다. 게다가 교도소를 세트 콘셉트로 삼고, 마피아게임을 모티브로 내세운 것을 제외하면 이름이나 디테일이 다르긴 하지만 몸으로 하거나 순발력을 요하는 게임들은 과거 ‘X맨’ 등의 버라이어티쇼에서 본 그림들이다.



뿐만 아니다. 게스트가 출연하면 개인기나 춤을 시키고, 당대 핫한 아이돌에 기대는 캐스팅과 여기에 예능 선수의 비율을 섞는 캐스팅 방식까지 닮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그 시절과 달리 전지전능한 제왕적 MC 역할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호구들의 감빵생활>의 MC 김태진은 그야말로 중립에서 진행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한다. 과거 ‘X맨’ 시절 유재석, 강호동 등이 웃음 포인트를 지정하는 것은 물론 분위기를 이끌면서 진두지휘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했던 것에 비해 가장 큰 변화다. MC에 힘을 주는 대신, 이수근, 정형돈, 김종민 등 베테랑 예능 선수들을 플레이어로 섞어서 마피아게임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한다. 그런데 MC인 아빠가 TV에 별로 안 나온다고 딸이 울 정도면, 이런 변화가 진화된 쇼버라이어티의 요소라고 말하기는 곤란해 보인다. 사실상 과거 <1박2일> 제작진 역할을 대리하는 수준이다.

<호구들의 감빵생활>은 마피아게임이란 틀로 예전 쇼버라이어티게임 예능을 부활시켰지만 고도의 심리전인 마피아게임과 팀을 나눠 대결하는 게임예능 사이의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않다. 마피아게임은 간단한 서사 속에 진하게 자리 잡은 긴장감이 포인트인데, 정작 누가 마피아인지 지목하고 반론하는 마피아게임보다 스튜디오에 모여 올드한 게임을 풀어가는 분량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예능에 별다른 취향을 갖고 있지 않은 시청자라면 게임파트가 지루하고 식상하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약 20여 년 전 대학 새내기 시절 OT에서 마피아게임이란 신세계를 접하고 충격을 받은 이후, 오늘날 마피아게임을 모티브로 삼은 예능이 나왔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오늘날 예능 환경에서 마피아게임을 토대로 쇼버라이어티 시절 스타일의 예능을 만들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도전이고 용기이기 때문이다. 진정 자유로운 분위기가 없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기획이다. 그런데 이런 복고풍 예능은 역발상에서 나온 기획일까, 혹은 익숙한 제작 방식에 끌리는 관성일까. 쇼버라이어티 스타일의 예능들을 볼 때마다 드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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