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상투적 설정조차 설레게 만드는 정해인·한지민의 저력

2019-05-23 15:01:13



첫 방부터 설레는 ‘봄밤’, ‘예쁜 누나’의 잔상 지우려면

[엔터미디어=정덕현] 역시 기대한 것만큼 충분히 첫 회부터 설렘을 안겨주는 드라마다. MBC가 9시대로 드라마 편성시간대를 바꿔 첫 방영된 <봄밤>은 도서관 사서 이정인(한지민)과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약사 유지호(정해인)의 첫 만남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지만 빠르게 전개됐다. 전날 과음을 했던 이정인이 약국에서 해장약을 먹고 지갑을 안 가져와 곤혹스러워하는 상황과, 이로 인해 대신 전화번호를 알려주게 된 유지호와 그 번호를 외워버린 이정인의 관계 진전이 순식간에 이뤄진 것.

그러면서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을 장애요소들도 모두 등장했다. 교장으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아버지의 강권에 의해 이사장 아들과 만나고는 있지만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는 이정인이 그렇고,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유지호가 그렇다. 두 사람이 만나 “만나는 사람 있다”고 말하는 이정인과 “애가 있다”고 말하는 유지호의 솔직한 대화와, 그래도 “친구하자”는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향후 발전해나갈 거라는 걸 암시한다.



<봄밤>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그 이야기가 특별한 극적 상황들을 그리기보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담담히 비춰내는 데 있다. 친구와 술 마시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사서로서 일하는 이정인의 모습이 담겨지고, 때론 농구를 하지만 약사로서 약국에서 일하는 유지호의 일상이 그려진다.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강권과, 자신은 언니처럼 밀려서 결혼하지는 않겠다는 이정인의 갈등과, 자신도 이혼할 거라는 그의 언니 이서인(임성언)과의 공감대도 어딘지 익숙한 일상적 상황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담담하고 소소한 일상을 카메라가 하나씩 잡아내는 그런 그림 속에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는 더욱 커진다. 그것은 극적인 사랑이 아니라 일상 속 현실 사랑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남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그 현실감 속에서 이정인과 유지호의 멜로는 더 애틋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일상은 안판석 감독과 정해인의 전작이었던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보편성으로서의 공감대를 얻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클리셰로 보일 우려도 있다. 결국은 스스로 사랑하고 결혼하려는 이정인과 ‘결혼은 사업’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기성세대들의 부딪침이 갈등 요소로 벌써부터 등장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이건 보편적인 일상사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지만, 동시에 어디선가 늘 봐왔던 상투적 상황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워낙 많은 인물들과 심지어 배경공간까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떠올리게 한다는 건 장단점을 동시에 갖게 되는 이유다. 장점이라면 역시 ‘현실 연애’의 설렘을 여전히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지만, 단점이라면 너무 비슷한 ‘전작의 잔상’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정해인을 비롯해 주민경, 길해연, 오만석, 김창완까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캐릭터와 겹쳐 보이는 건 <봄밤>만의 차별성을 분명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기대하게 되는 건 한지민과 정해인이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과 이제는 담담한 카메라 무빙만으로도 충분히 그 멜로적 정조를 차곡차곡 쌓아 보여주는 안판석 감독의 연출이다. 특히 그다지 큰 움직임이나 과도한 편집 없이도 단단하게 느껴지는 영상 연출은 <봄밤>이 결국은 추구해야할 일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마치 관찰카메라를 보듯 한 걸음 물러나 일상사를 살아가는 이들을 담담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카메라의 시선. 그것이 어쩌면 이야기의 상투성을 보편적 공감대로 바꿔줄 지도 모를 일이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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