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야심작 ‘썸바이벌 1+1’, 이래놓고 썸을 논할 수 있나

2019-07-05 13:36:51



‘썸바이벌 1+1’, 반전이 늘 훌륭한 건 아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반전이 늘 훌륭한 건 아니다. KBS 예능국의 야심작 <썸바이벌1+1>은 대형 마트를 무대로 스펙과 외모를 지우고 오로지 ‘취향으로 만난다’는 연애예능 사상 가장 색다른 기획의도와 설정을 내세워 관심을 샀다. 대부분의 연예예능이 남자는 스펙과 외모, 여자는 외모와 어린 나이에 방점을 두고 러브라인을 형성하던 성역할관의 관성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의식 하나만으로도 환영할 만했다. 그런데 실제 방송은 모든 면에서의 진보를 거부한 진부함으로 점철됐다. 연애의 설렘을 담은 예능인 줄 알았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이마트에서 펼쳐지는 일반인 장기자랑 혹은 게임쇼였다.

<썸바이벌>은 ‘장보기’와 ‘연애’를 결합해 취향의 최전선에서 감정선을 따온다는 차별화된 전략을 마케팅 요소로 내세웠다. 청춘 남녀들이 이마트에 모여 ‘취향’과 ‘코드’를 통해 짝을 지은 다음 한 팀으로서 게임을 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썸의 단계를 밟는다고 한다. 첫 번째 코너인 ‘취향 커플 매칭’을 통해 출연자들은 각자 미리 골라온 라면, 음료, 반찬의 교집합으로 커플을 만들고 게임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도록 한다는 취지다. 오로지 취향의 상관성만으로 커플이 성사되기 때문에 남남, 여여 커플이 탄생한다는 점도 이 쇼가 가진 하나의 재미요소다.



하지만, 마트에서 벌이는 연애예능이란 특색은 여기까지였다. 궁극적으로 500만원의 상금을 얻기 위한 추리까지 가미된 서바이벌 게임쇼가 펼쳐지니 굉장히 모순된 경험을 제공한다. 제목부터 ‘썸’을 내세우고 장르도 연애예능이라 하지만 ‘썸’과 연관된 내용은 ‘썸’을 부른 적 있는 MC 소유뿐이다. 이수근, 김희철, 소유, 피오 등 에너지 넘치는 MC들이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모자라 썸 타러 모인 친구들 사이에 직접 플레이어로 들어가 게임을 함께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혼합의 아니라 혼란이다.

<썸바이벌 1+1>은 대신 커다란 무대를 만들고 썸매니저라 자칭하는 MC들을 중심으로 모여서 커플 대결 서바이벌을 위한 장기자랑과 게임을 주구장창 한다. ‘몸으로 말해요’ ‘아이의 눈’ ‘TMI 장기자랑’ ‘달콤한 ASMR’ ‘너희 지금 마트 가는 거냐’ 등 줄줄이 이어진 게임과 퀴즈에서 몸개그, 댄스, 성대모사, 헤드뱅잉, 추리 등 장기자랑이 가미한 쇼버라이어티로 흘렀다.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연애도 없고, 마트에서 촬영한다는 특색도 없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일반인들의 게임쇼를 지켜보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연애예능의 핵심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나오는 묘미임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회가 방송되는 동안 마트라는 무대의 특색이 드러난 건 ‘취향대로 쇼핑하라’라는 PPL성 코너밖에 없었다. 마트라는 거대한 장소, 방대한 섹션을 활용하지도, 출연자만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탐색의 안테나를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관찰하지 않는다. 즉, 연애예능, 마트, 게임이란 방송 내외로 언급한 요소들이 전혀 연결되지 않으며, 서바이벌을 통해 살아남는다는 궁극의 목적이 썸인지, 상금 500만원이 걸린 ‘황금돼지를 찾아라’의 주인공이 되는 건지도 명확하지 않다. 솔직히 2회까지 지켜봐온 결과 연애감정보다는 상금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상식적으로 퀴즈 문제를 잘 맞추는 것이 스펙, 외모를 앞서서 이성에 대한 호감으로 작용하리라 보기는 어렵다. 게임의 능숙함과 순발력도 앞세웠던 취향의 교감과도 하등 상관이 없다. 즉, 이 프로그램이 내세우는 두 가지 축인 서바이벌과 썸은 감정선이 연결되지 않는, 둘이서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다.

연애예능의 부활을 이끈 <하트시그널>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진짜와 가짜, 설렘과 떨림을 동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리얼한 스토리텔링으로 시청자들의 감정을 이입시켰다. 그러니 <썸바이벌 1+1>도 마트의 여러 코너나, 생태를 바탕으로 각 커플들의 모습을 담아낼 수도 있을 텐데, 느닷없는 쇼버라이어티가 되다보니 재미와 산만함을 떠나 출연자의 인간적 매력을 마주하는 ‘순간의 관찰’이 안 되고,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연애 예능의 감정선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 워낙 많은 얼굴이 나와서 자웅을 벌이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 출연자 각자의 본색을 살펴보기가 힘들었다(그런데 또 매번 5명씩 교체된다고 한다). 출연자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서, 누가 누군지 파악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썸을 논하기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취향을 내세운 마트 설정은 제하더라도 퀴즈게임 쇼와 이른바 썸을 내세우는 연애 예능 사이의 유의미한 연결고리가 없는 셈이다. 애초에 썸과 서바이벌게임은 만나서는 안 될 짝이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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