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송가인의 뽕을 다 뽑아먹을 셈인가

2019-07-26 13:20:03



‘뽕 따러 가세’ 송가인에게 지운 책임이 꽤나 무거워 보인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정말 송가인의 뽕을 뽑을 기세다. TV조선은 자신들이 발견한 보물선 주변에 물이 들어오자 최대 항속으로 노를 젓고 있다. 채널 사상 역대 최고 인기프로그램으로 등극한 <미스트롯>이 끝나자 다음날 자사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 <뉴스 9>에 출연시켜 단독 기념 인터뷰를 하는가 하면, 시집도 안 갔는데 부부 관찰 예능 <아내의 맛>에 전격 투입해 일상과 가족을 공개했다. 그리고 예능판을 한 바퀴 돌리더니, 인기 예능 <연애의 맛>을 결방시키면서까지 송가인 원톱 예능 <송가인이 간다-뽕 따러 가세>의 프로모션을 거창하게 진행했다. 이는 CJ E&M의 <프로듀스> 시리즈 출신 아이돌들도 누려본 바 없는 전폭적인 지원이다. 그리고 1회 시청률 6.8%. TV조선의 트레이드마크인 노골적이고 직선적인 전략은 통했다.

송가인 신드롬의 원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최초의 충격이다. 그간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등 음악 프로그램으로만 품어 안던 성인가요 콘텐츠를 새롭고 젊고 예쁜 얼굴들을 대거 내세워 캐릭터 플레이와 감정이입이 가능한 스토리로 풀어냈다. 그리고 기막힌 노래 실력으로 이미 스타덤에 오른 송가인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친근함, 살가움, 그리고 무명의 설움을 씩씩하게 견뎌내는 대견함 등 사람 냄새나는 딸 같은 매력으로 그 너머로 나아갔다. 노래 실력에 감탄을 하고, 잘 되었으면 하는 육성 차원의 응원을 보내며, 무명에서 스타로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한다. 이른바 Mnet 아이돌 문화의 중장년 버전이며, 장윤정 이후 업계에 나타난 가장 큰 빅뱅이라 할 수 있다.



<뽕 따러 가세>는 이러한 송가인을 앞세운 콘텐츠다. 미리 접수받은 시청자 사연 중 몇 가지를 선정해 송가인과 붐이 직접 찾아가 노래를 불러준다. 2회 방송처럼 아버님을 위한 몰래카메라를 기획해 효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즉, 오매불망 바라보던 스타가 시청자의 일상으로 들어온 ‘서프라이즈’다. 형식상으로는 과거 <무한도전>의 ‘하나마나’ 특집이나 경기버스 TV와 합작한 <세모방>의 ‘어디까지 가세요?’와 유사한, 행사를 방송으로 엮어낸 기획이다.

송가인은 길거리, 버스, 기차, 식당 등등 어떤 장소나 여건이 어떻든 주저함이 없다. 모여든 관객들을 감동시키고 감탄을 자아낸다. 이른바 메들리와 행사로 단련된 송가인의 콘텐츠를 방송으로 옮기기에 최적화된 포맷이다. 실제로도 “최대한 많은 팬들에게 직접 곡을 불러드리고 싶다”는 송가인만 보고 간다. 발군의 노래실력과 행사로 다져진 친화력을 발산하는 것이 기획의도이자 기대 요소다. 여기에 구수한 사투리를 써가며 시민들에게 싹싹한 모습, 아이 같이 천진하고 애교 넘치는 모습, 복스럽게 먹는 모습 등등 딸 같은 사랑스러움을 뿜는다. 자신을 보러온 많은 시민들을 위해서 계획에 없던 즉석 콘서트를 여는 시원하고 밝은 성격까지 인간적인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게다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신청곡을 받다보니 방송 내내 송가인의 다채로운 곡 소화 능력을 보는 재미 또한 있다.



그런데 아무리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한다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뽕을 뽑는’ 사례는 흔치 않다. 흥미로운 점은 송가인의 인기를 확대재생산하는 <뽕 따러 가세>의 전략이다. 너무 잦은 노출 탓에 자칫 식상해질만한 타이밍에 길거리로, 팬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면서 대세임을 증명한다. 가는 곳마다 몰려드는 팬들로 인해 일대가 난리 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시큰둥한 시청자들도 열기를 실감하며 관심을 갖게 만든다. 버스, 기차, 시장통도 뜨거운 무대로 만드는 친화력과 가창력이 받쳐주니 송가인 신드롬에 자연스럽게 젖어들게 된다.

송가인에 의한 송가인의 팬을 위한 방송인만큼, 시작부터 끝까지 송가인은 끊임없이 노래를 한다. 1회 방송을 보면 새벽 5시에 수서역 플랫폼에서부터 광주로 내려가기까지 송가인은 계속해 노래를 부른다. 도착해서도 사연 신청자들을 만날 때마다 열창은 이어진다. 어둑해진 저녁, 그럼에도 아직 45곡 더 해야 되니까 관리하자는 붐의 말은 농담이지만 진심이 섞여 있기도 하다.



그래서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팬 입장에선 친근하고 좋긴 하지만 이제 막 방송의 맛을 알기 시작한 송가인의 컨디션을 너무 갈아먹는 콘셉트는 아닌가?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음향 설비가 미비한 장소에서 좋지 않은 목 상태로 14시간 이상 돌아다니며 열창을 이어가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더 나아가 TV조선은 이제 대중에 알려진 지 반 년도 안 된 인물의 이미지를 너무 과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도 비집고 올라와 마냥 심금을 울리는 사연이나, 서프라이즈에 취해 있기를 살짝 방해한다. 찾아가는 노래 선물을 모토로 하는 만큼 송가인이 짊어진 무게가 꽤나 무거워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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