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독일차 비교 평가로 정말 하고 싶었던 두 가지 이야기

2019-08-01 11:07:13

화제의 현대차 VS 독일차 비교 평가에 남긴 독일 언론의 속내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이하 AMS)가 실시한 비교 테스트가 우리나라에서 화제다.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HMG 저널은 <독일 전문지의 현대차 vs 독일차 냉정한 비교 평가 결과>라는 제목으로 현지 기사 내용을 소개했다. 후속 보도까지 포함 총 2회에 걸친 것이었다. AMS는 1946년 만들어진,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전문지로 격주 발행하고 있으며, 자동차 독자층이 가장 단단한 매체다. 발행 부수는 약 35만 부 수준이며, 개인적으로도 AMS 정기독자 중 한 명이다.

그런데 같은 내용을 한국 유력 일간지에서도 다뤘다. <미래車, 현대차가 벤츠보다 훨씬 낫잖아?' 당황한 독일車>라는 제목의, 흔한 표현으로 국뽕 가득한 기사였다. 두 글 모두 포털 메인에 걸리며 많은 사람이 반응을 보였다. 오래전부터 개인 블로그에 독일 현지의 비교 테스트 내용을 올렸던 입장에서 보면 유력 일간지는 물론 해당 제조사가 직접 나서 자신들 모델 테스트 결과를 전하는 게 신선하기도 하고 조금 낯설기도 하다.

어쨌든 이번 AMS의 테스트 내용은 충분히 현대차 입장에서 의미를 가질 만하다. 신뢰도가 높은 매체의 평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차가 이 테스트로 (기사 내용처럼) 당황을 했다거나, 현대차 성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표현 등은 어느 정도 한국 독자들을 의식한 과장된 수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테스트 내용과 결과를 어떻게 보는 게 좋을까?



◆ 무상보증과 가격으로 승부 보던 회사 이미지 탈피

AMS는 1991년 란트라(엘란트라 수출명) 테스트가 한국차 성능에 대한 자신들의 첫 테스트였다고 두 번에 걸쳐 밝혔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부족하지만 대신 저렴한 가격의 자동차라는 평가를 당시 내렸다고 했다. 그런 회사가 꾸준히 노력해 이제는 기술과 이미지에서 개선을 이뤘고, 긴 무상보증기간(현대 5년 주행거리 무제한, 기아 7년 주행거리 15만km)과 저렴한 가격(같은 값이라도 남들 옵션일 때 편의 사양이 기본 장착된)으로 승부를 보던 회사 이미지에서 탈피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여전히 독일 시장은 현대와 기아를 가성비 브랜드에 가깝게 본다. AMS의 독자 이미지 조사에서도 이 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유력 매체가 이처럼 한국 브랜드의 현재와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은 그간의 노력이 일정 부분 열매를 맺은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특히 이번 테스트에서는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쟁력이 강조됐는데, 전기차 부문 / 품질과 안락함 부문 / 일상성 및 공간 부문 / 인포테인먼트 부문 /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으로 나눠 총 5개의 모델이 평가됐다지만 나머지는 구색을 갖추기 위한 것일 뿐이고, AMS가 진짜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였다.

한국 자동차를 이번 기획 기사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도 브랜드 자체 경쟁력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를 모두 생산하는 곳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가 전반적으로 현대와 기아에 긍정적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말 이 매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는 듯하다.



◆ 굼뜬 공룡에 대한 질책

독일은 자동차가 자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이다. 자동차가 휘청하면 독일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은 친환경 자동차가 시대의 요구이고, 자율자동차와 함께 업계를 관통하는 핵심 흐름 중 하나다. 그런데 독일은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배출가스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새 트렌드에서 뒤처졌다.

독일 언론들은 수년 전부터 이 부분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비교 테스트도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배터리 전기차와 연료전지차를 모두 생산하고 있으며, 소형 배터리 SUV 등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했다. 이 부분이 독일 자국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과 잘 대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테스트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다. 현대의 코나 전기차와 비교된 것은 BMW i3s였다. 독일 자동차 중 이 급에서 마땅히 비교할 만한 것이 i3s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코나의 경우 64kWh 대용량 배터리가 들어간 반면 i3s는 42.2kWh짜리가 들어가 있다. 출력이나 완충 주행 거리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거기다 4인승에 비싼 알루미늄 차체와 재생 가능한 환경 소재 등을 사용했다.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코나는 실용성, 당장 구매해 일상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소형 전기차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는 더하다. 넥쏘와 비교된 메르세데스 GLC F-CELL의 경우 수소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용량이 더 큰 배터리가 들어가 있는, 전기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이 섞여 있다.

당연히 차는 무겁고, 비싸고, 공간 활용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차는 판매가 아닌 리스 방식으로 고객에게 인도된다. 3년을 탄 이후에는 반납하는 조건이다. 토요다 미라이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유럽에서 구매가 가능한 연료전지차는 넥쏘가 유일하다.

다임러는 이미 1994년 NECAR이라는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차 프로토타입을 내놓은 곳이다. 또 2003년에는 A 클래스, 2007년부터는 B 클래스를 수소연료전지차로 만들어 많은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들이 기술력이 없어서 이처럼 특이한 연료전치차를 내놓은 것이 아니다. 수소전기차 시장의 미래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독일 현지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그러는 사이 현대차는 발 빠르게 탈 만한 수소전기차를 내놓았다.



◆ 반격이 시작됐다?

AMS는 총평에서 한국차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전기차와 연료전지차에서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칭찬했다. 반면 독일차는 그동안 전기차 개발도 늦었고, 무엇보다 배터리를 구입해 쓰는 구조로 인해 제작의 어려움이 따랐다고 했다. 하지만 독일 제조사들의 전기차 반격은 시작됐다. 이미 필자는 <‘잠자는 공룡’ 조롱받던 독일 전기차의 무서운 변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런 분위기를 언급한 바 있다.

AMS는 배터리 수급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BMW가 중국업체와 독일 튀링엔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폭스바겐 또한 2023년부터 독일에서 배터리 셀 등을 생산할 것으로 밝혔다. 하지만 매체가 언급한 것 이상의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 벤츠 제조사인 다임러는 27조 원을 들여 독일과 폴란드, 중국과 태국, 그리고 미국 등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BMW 역시 태국 등 여러 곳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실질적으로 현대와 기아차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폭스바겐은 이미 전기차에 올인을 한 상태다. MEB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됐는데 이는 원가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완충 후 300km에서 최대 500km까지 달릴 수 있는 다양한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저렴한 전기차를 1년에 100만 대씩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포드는 이런 폭스바겐과 협력을 선언하며 전기차 시대를 대응하기로 했다. 미국, 중국, 일본, 스웨덴 등에서 전기차들이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충전소 문제가 해결되고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벤츠는 언제든 공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다. 일명 ‘테슬라 쇼크’로 불린 고급 전기차의 성공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움직였고, 현대차그룹과 르노, 닛산 등이 선점한 양산 전기차 시장에는 폭스바겐이 뛰어들 준비가 됐다.



따라서 이번 AMS의 비교 테스트의 가치는 현재 시점까지만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 당장 1년 후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다.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번 AMS의 기획 기사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이미지 재고에 도움이 됐다고 본다. 그리고 현재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에서 현대와 기아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독일 소비자에게 이 기회를 통해 전달 됐을 것이다. AMS는 이 부분을 꾹꾹 눌러 적어갔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자국의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의 문제점을 짚음과 동시에 앞으로 이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들이 경쟁을 제대로 펼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언급했다. 어쩌면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현대차에 대한 오늘의 평가가 내년, 혹은 그 이후에 다시 이뤄졌을 때도 같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큰 변화에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무척 궁금하다. 가늠하기 쉽지 않은 그런 변화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건 있다. 2년 정도 후면 정말 많은 전기차가 몰려올 것이고, 지금과는 다른 전기차 시대를 그래서 우리는 맞이할 것이라는 것.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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