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수입차 변신, 어이없게도 소비자들만 힘들어진다

2019-08-04 10:07:37



한국지엠이 수입차 브랜드로 변신하려는 속내는?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한국지엠이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공식 회원사로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입니다. 언뜻 보면 놀라운 소식이지만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긍이 되는 면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것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부터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일단 이 소식에 놀라는 이유는 한국 지엠은 우리나라에 공장을 갖고 자동차를 생산사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는 제조사, 조립사, 수입사 모두 제작자라는 동등한 지위를 갖습니다. 하지만 생산 기반을 국내에 가진 브랜드는 고용 효과 등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민들의 심정적인 지지를 포함하여 다양한 혜택과 지원을 더 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런 지위를 버리겠다고 하니 놀라는 겁니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긍이 된다는 점은 제품 라인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쉐보레 모델들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델은 스파크, 트랙스, 말리부 정도이고 나머지 모델들은 대부분 수입이거나 수입품으로 기획되고 있습니다. 즉, 향후 제품 라인업에서 수입 제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국내 제조품을 능가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것이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국적 브랜드가 라인업의 모델 믹스를 국산과 수입품을 혼합하여 구성한다는 것이 수입 브랜드로 변신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전에 쓴 칼럼에서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은 우리나라가 강한 경쟁력을 가진 모델 한두 개를 확실하게 확보하여 글로벌 공급자의 지위를 회사 내부에서 확보하고 충분한 규모의 내수를 확보할 수 없는 기타 모델은 수입하여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즉, 이제는 제품의 국적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지엠은 트랙스가 지금 그렇듯이 앞으로 트레일블레이저를 국내 생산하여 전 세계 주요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이없게도 소비자들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명분에서 시작합니다. 그것은 바로 회사의 종속 관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캐딜락을 수입하는 ‘지엠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 주식회사’가 KAIDA, 즉 한국 수입차 협회 소속사이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의 이전 이름은 ‘캐딜락코리아 주식회사’였고, 그 이전에는 ‘지엠코리아 주식회사’였습니다. 캐딜락 브랜드의 모델들을 수입하는 작은 회사였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지엠에 보고하는 실질적 종속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지엠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 주식회사는 지엠 본사를 대신하여 한국지엠을 담당하는 회사가 된 것입니다. 지난해 연구개발 파트를 분할해 설립된 지엠테크니컬센타 코리아(GMTCK)와 이제는 영업 및 마케팅 기능만을 담당하는 한국지엠은 각각 엔지니어링 서비스 계약과 로열티 계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지엠의 로열티 계약은 올해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연구개발 부분의 계약은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로열티를 지급하는 한국지엠과 받는 입장의 지엠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 주식회사 두 회사는 모두 영업과 마케팅, 무역 등이 주요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공통점을 갖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또는 전부의 모델이 수입차입니다. 따라서 상위 개념의 지엠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 주식회사가 소속된 KAIDA에 한국지엠이 가입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보입니다. 명분이 생긴 겁니다.

여기서 저는 목적을 생각하게 됩니다. 첫째는 KAIDA 내에서의 지엠의 발언권 확대입니다. 국내에 넓은 기반을 가진 한국지엠은 기존의 수입차 브랜드들과는 사회적 관심도와 정부의 관심도에서 차이가 분명 있습니다. 이 영향력을 이용하여 지엠은 KAIDA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인 인증 및 무역 관련 조정에 자사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반영시키고자 할 것으로 생각된다는 겁니다. 한국지엠이 주요 멤버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그동안 KAIDA에 큰 영향력을 미쳐온 주한유럽상공회의소에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쉐보레는 수입차라는 논리입니다. 이 부분은 소비자들에게는 손해가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가격이 올라갈 명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르노삼성은 가만히 있을까요? 은근슬쩍 따를 겁니다. 솔직히 회사는 돈을 먹고 삽니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수익성도 중요합니다. 판매대수가 조금 줄더라도 이익이 증가하면 이쪽을 선택할 겁니다.

그러면 현대기아차는요?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적당히 가격을 올릴 겁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공장을 돌려야 하고 그렇지 않아도 국민정서법 대상 회사이니 아주 미묘하게 올릴 겁니다.

결과는요? 소비자들만 힘들 것 같습니다.

한국지엠은 제 뇌피셜이 틀렸다는 점을 증명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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