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에는 목숨 걸면서 안전벨트는 왜 안 매는 걸까

2019-08-08 09:54:09



전 좌석 안전벨트,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

[전승용의 팩트체크] 2013년 하반기쯤으로 기억됩니다. 현대차에 달린 에어백이 제대로 터지지 않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운전자가 사망할 정도로 큰 사고가 났음에도 차에 장착된 에어백이 단 하나도 터지지 않은 것이죠. 많은 비판이 있었습니다. 현대기아차의 에어백은 각도를 조절해서 사고가 나야 터진다는 비아냥부터 해외에는 고급 에어백을 쓰고, 국내에는 일반 에어백을 쓴다는 내수차별 논란까지요.

뭐, 지금은 꽤 잠잠해졌습니다. 예전에 비해 에어백 미전개 사고가 줄어든 데다가, 요즘 현대차는 국내 판매되는 차량에도 고급 에어백을 장착하고 있거든요. 개수도 늘어나고요.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어쨌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바뀌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네요. 어느 순간 에어백을 맹신하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겁니다. 몇몇 사람들은 에어백이 좋아져서 이제 안전벨트를 안 매도 된다는 말까지 합니다. 큰일 날 소리죠. 에어백은 결코 만능이 아닙니다. 사고 시 부상을 줄이는 데는 안전벨트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조금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2003년 미국 NHTSA 조사를 보면 안전벨트만 맸을 때 사망률 감소 효과는 45%로, 에어백만 작동했을 때(13%)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에어백만으로 부상을 줄이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죠. 일단 안전벨트를 매야 에어백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에어백이 장착된 위치를 보면 SRS라고 쓰여있습니다. SRS는 Supplemental Restraint System의 약자로, 즉 보조구속장치란 뜻이죠. 에어백은 어디까지나 안전벨트를 도와주는 보조 장치일뿐, 그 자체로 탑승객이 사고로 튕겨 나가는 것을 막아주지 못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안전벨트 착용률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에어백 개수와 사양에 대해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정작 안전벨트는 잘 매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뒷좌석으로 갈수록 안전벨트 착용률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국가정보DB센터(OECD Road Safety Annual Report 2016)에 따르면 국내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은 겨우 22%밖에 되지 않더군요. 독일과 호주, 캐나다(95~98%)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일본도 35%로 낮은 편인데, 우리나라는 더 낮네요.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안 매는 이유를 물어보니 크게 세 가지 정도가 나오더군요. 첫 번째는 불편해서고, 두 번째는 뒷좌석은 안전할 것 같아서, 세 번째는 사고가 안 날 것 같아서입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뒷좌석이라고 절대 더 안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탑승객이 튕겨 나갈 공간이 많아서 더 위험합니다. 불편하더라도 안전벨트를 꼭 매야 하는 이유죠.

지난해 9월부터 전좌석 안전벨트를 법으로 의무화 시켰지만, 잘 안 지켜지는 것은 여전합니다. 뒷좌석 안전벨트 미착용 시 3만원, 6세 미만 영유아 카시트 미 착용 시 6만원, 13세 미안 어린이 안전벨트 미착용 시 6만원 등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워낙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켜지지 않는 것이죠.



현재 사용되고 있는 3점식 안전벨트는 볼보가 만든 것입니다. 1959년에 처음 등장했으니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네요. 항공기술자 출신이었던 닐스 볼린이 볼보로 영입돼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한 것인데요. 항공기술자 출신답게 비행기에 적용된 안전벨트를 연구해 자동차에 맞는 3점식 벨트를 만들었습니다.

대단한 점은 이런 볼보가 3점식 안전벨트의 특허를 독점하지 않고, 모든 자동차 브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 누구나 안전하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나온 그룹 차원의 결정이라고 하네요. 안전벨트는 말 그대로 안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치로,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안전의 볼보’란 말은 절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낍니다.

전좌석 안전벨트는 의무입니다.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꼭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강제적으로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 건 아니죠.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매야 하는 겁니다. 닐스 볼린이 열심히 3점식 안전벨트를 만들고, 볼보가 애써 특허를 개방한 보람을 만들어 줘야죠. 3점식 안전벨트는 이미 100만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다고 합니다. 분명히 우리의 생명도 지켜줄 겁니다.

꼭 맵시다! 전좌석 안전벨트!! 안전을 위한 우리 모두의 약속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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