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이러면 김태호와 유재석의 고민만 더 깊어진다

2019-08-12 13:42:10



‘놀면 뭐하니?’, 다 봤던 익숙함과 사람의 생생한 에너지 사이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예능 PD에겐 악몽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무엇을 선보여도 그 시간대에 13년간 충성을 바쳐 온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뜻밖의 Q>가 그랬고, <언더나인틴>이 그랬다. 그 시간대가 독이 든 성배로 여겨지는 건 아마 김태호 PD와 유재석에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두 사람이 함께 선보인 <놀면 뭐하니?>는 방송 1회만에 광고를 완판하고 2049 시청자 블록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MBC가 간절히 기대했을 구원투수로서의 역량을 선보였다고 평가하기는 다소 이르다.

프리뷰를 포함한 4번의 방송을 거치는 동안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조금씩 기대감이 빠지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14년 전 <무한도전> 또한 초반에는 툭하면 폐지 이야기가 나올 만큼 부침이 많았던 프로그램이었지만, 14년 전과 지금의 미디어 환경이 다르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4주 간 <놀면 뭐하니?>를 지켜본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는 각기 다른 지점에서 문제와 가능성을 보았다. 정석희 평론가는 유재석의 익숙한 자장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게 가능할 것이라 보았고, 이승한 평론가는 지나치게 높은 자유도가 꼭 새로운 콘텐츠의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선영 평론가는 카메라를 주고받는 순간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 생겨나는 에너지에서 프로그램의 매력을 보았다.



◆ 아직까지는 다 봤던 그림이다

“나는 늘 단순해. 재밌는 걸 하고 싶고, 신나는 걸 하고 싶고. 이 포맷은 너무 새롭다는 걸 하고 싶어.” MBC <놀면 뭐하니?> 0회 ‘릴레이 카메라 프리뷰’에서 유재석이 한 말이다. 김태호 PD가 단언하듯이, 나직이 한 마디 했다. “그런 건 없어.” 이후 3회가 진행된 <놀면 뭐하니?>. 김태호 PD가 유재석의 바램이 이상에 불과하다는 걸 입증할 생각인 모양이다. 제 아무리 국민 MC 소리를 듣는 유재석이라 해도, 기존과는 차별된 독특한 감각과 재능을 지닌 인재들이 많이 나와 주기를 바란다 해도, 혼자 힘으로는 녹록하지 않아 보이니 말이다. 김태호 PD 왈, 사람이 부족한지라 기시감이 들고 기대감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더니 실제로 회가 거듭되는 사이 기대감이 표 나게 줄었다. 더불어 시청률도 살짝 하락세.



촬영장으로 쓰인 조세호 집에 모여든 출연자 중 유재석과 엮인 이력이 없는, 새롭다 싶은 얼굴은 배우 태항호와 태항호를 따라온 유일한 뿐이다. 물론 태항호도 tvN <섬총사>가 발굴했으니 아예 새로운 인물이라 하긴 어렵지만. 빤한 얼굴끼리 티격태격 말싸움이 오가는 장면들이며 장윤주의 모델 워킹과 유노윤호의 무반주 댄스, 거기에 얼마 전 SBS 예능 <미추리>에서 했던 ‘동거동락’ 게임. 새로움을 기대했던 시청자로서는 한숨이 나올 밖에. 다음 회 예고를 보니 음악인 이적과 유희열이 나온단다. 유재석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섭렵한 뒤에야 비로소 새장이 열리려나? 그래도 기다려지는 건 태항호에서 이규형으로 넘어간 릴레이 카메라다. 일단 신선하기는 할 테니까. 어쨌거나 누가 뭐래도 기대감을 내려놓지는 않으련다.

정석희 방송 칼럼니스트 soyow59@daum.net



◆ 지나치게 높은 자유도가 오히려 가능성을 줄이는 건 아닐까?

회를 거듭할수록 <놀면 뭐하니?>는 점점 뉴트로 예능이 되어가는 중이다. 2회에서는 스스로 ‘릴레이 카메라’ 코너가 <만원의 행복>이나 <아름다운 TV 얼굴>을 닮았다는 자백성 멘트가 나왔고, 3회부터 선보인 ‘조의 아파트’는 아예 <유재석의 동거동락>의 2019년 판본을 표방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의 예능들을 다시 재현하는 이 상황은 물론 김태호-유재석 콤비가 의도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체제 구축을 하는 대신 매주 새로운 아이템을 들고 나오는 시도를 13년 정도 했으니, 그 둘의 조합으로 아주 새로운 그림을 보는 게 어려운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제작진의 시도는 아예 콘텐츠의 통제권을 출연자들에게 온전히 넘기면 어떤 그림이 나올 것인지 보는 것인데,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릴레이 카메라’는 태항호나 이동휘, 박병은 등 기존에 김태호-유재석 콤비와 방송을 같이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바통이 넘어가며 다소 새로운 그림이 나오는 듯했지만, 받은 카메라로 무엇을 하면 되는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빠른 속도로 잡혀버린 탓에 크게 보면 다 엇비슷한 그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브이로그의 유행과, 이미 ‘릴레이 카메라’의 기방영분을 본 주자들의 앞서 구축된 포맷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무의식적인 관성이 어떤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을 대폭 줄인 셈이다. 지나치게 높은 자유도가 오히려 무엇을 하면 좋은지 막막한 상황을 불러오고, 결국 다시 안전하고 익숙한 그림으로 돌아오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한꺼번에 카메라 4대를 주고는 알아서 해보라고 자리를 비운 결과 탄생한 ‘조의 아파트’ 또한 마찬가지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의미가 있다면서 제작진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를 궁금해하던 유재석은, 새로운 그림의 복안을 받는 대신 뭐라도 알아서 채워보라고 건네 받자 본능적으로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잘 하는 익숙한 <동거동락>의 포맷으로 돌아갔다. 콘텐츠 방향에 대한 발언권이 가장 큰 사람에게 알아서 하라고 바통을 맡기면, 그 순간 그 사람이 가장 편안해 하는 포맷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닐까? 새롭고 의미 있는 실험을 해보고 싶은 <놀면 뭐하니?> 제작진과 유재석의 고민이 진심인 건 믿어 의심치 않으나, 아직까지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 릴레이 카메라가 말해주는 미디어의 본질

김태호 PD의 손에서 출발해 사람들 사이를 여행하던 릴레이 카메라가 이번엔 한 곳에 합쳐졌다. <놀면 뭐하니?> 3회에서 릴레이 카메라 4대를 받은 유재석은 기존 방송의 관전이 이뤄졌던 조세호의 집 거실에 카메라들을 전부 설치했다. 카메라로 맺어진 인연들은 애장품과 음식을 가지고 그 자리에 모여 즉석 버라이어티를 완성했고, 이 콘텐츠에는 ‘조의 아파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튜브에 1인 방송처럼 먼저 공개된 <놀면 뭐하니?>는 그렇게 사람들과의 연결을 늘려가면서 3회 만에 자체 코너를 만들어냈다.

‘조의 아파트’는, 스튜디오 버라이어티 전성기 시대를 대표하는 프로그램 MBC <동거동락>을 2019년의 미디어 환경에 옮긴 콘텐츠다. 멤버들이 직접 카메라를 세팅하고 촬영하고 게임까지 기획해 구성은 허술하지만, 제작진 없이 자유분방한 환경에 놓인 출연자들의 개성과 매력은 더 빛을 발한다. 간담회 당시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관찰 예능이 아닌 ‘캐릭터 버라이어티’라고 밝힌 김태호 PD의 설명이 이제야 와닿는다.



<놀면 뭐하니?>의 핵심은 결국 ‘사람’에 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릴레이 카메라’는 사실 사람들 사이를 매개하는 ‘미디어’의 본질 그 자체다. 하지만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며 ‘직접적’으로 그 사이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좀 더 진지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놀면 뭐하니?>에서 제일 재미있는 순간은 카메라를 든 인물이 다음 주자에게 카메라를 넘기러 만날 때 발생한다.

가령 유재석과 하하, 유희열이 만나서 ‘예능의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이나, 양세형과 유세윤이 만나 즉석 동네 상담소가 열리는 장면 같은 순간들. 3회 ‘조의 아파트’는 그러한 ‘연결 지점’들이 한 공간에 모여 만들어낸 더 큰 사람들의 에너지다. 김태호 PD는 ‘접속’의 뉴미디어 시대에도, 아직 텔레비전 예능의 중심에는 사람들의 직접적인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김선영 칼럼니스트 herland@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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