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의 순간’, 청춘물인 줄 알았는데 ‘SKY캐슬’ 느낌이 솔솔

2019-08-13 17:33:22



‘열여덟의 순간’, 이 시대의 엄석대가 사는 집에서 난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은 고교생들이 등장하는 청춘로맨스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스카이캐슬>에 가깝다. 가난하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최준우(옹성우)와 부자지만 피폐해 있는 마휘영(신승호)의 대결구도가 세워져 있고 그 중심에 유수빈(김향기)과의 밀고 당기는 관계가 세워져 있어 마치 청춘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보다 아이들을 둘러싼 어른들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에서 강제전학 온 최준우는 이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고 있는 마휘영과 그 반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는 걸 보게 된다. 선생님보다 반장인 마휘영의 말에 아이들이 움직이는 것. 그는 항상 명분으로 학생부에 기재될 성적을 내세운다. 선생님에게는 상의도 없이 반배치를 바꾸는 것도 그것이 성적을 내기가 더 수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반배치는 아이들 사이에 위계를 세우는 일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나눠놓는 것. 그에게 도움을 받는 아이들은 그를 동조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소외되는 걸 감수한다.



모든 것에 모범생처럼 행동하는 최준우는 아이들 성적까지 관리해주고 심지어 선생님이 해야 할 일도 척척 자신이 해놓는다. 하지만 그 반의 담임을 맡게 된 오한결(강기영)은 그런 모습이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고 여기게 된다. 그리고 마휘영이 겉으로 보이는 모범생의 모습과는 다른 또 다른 얼굴이 있다는 걸 감지한다.

최준우가 훔치지도 않은 시계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게 된 일도 마휘영이 한 짓이고, 최준우가 강제전학을 오면서까지 지킨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도 마휘영이 돈을 써서 한 짓이다. 앞에서도 모두의 모범이 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최준우는 그것이 거짓이라는 걸 안다.



여기서 우리는 오래된 작품의 인물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건 이문열 원작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엄석대라는 인물이다. 그런데 엄석대와 마휘영은 그 삶의 배경 자체가 다르다. 엄석대는 시골학교에서 선생님의 신임 하에 아이들을 주먹으로 지배하는 독재자였지만, 마휘영은 서울학교에서 아이들을 전교 1등에 집안까지 등에 업고 지배하는 인물이다. 엄석대의 집안은 가난하지만 마휘영은 부자다. 엄석대는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하면서 결국 비리가 밝혀지자 학교에 불을 지르고 도망치는 인물이지만, 마휘영은 새로운 담임선생님에게도 집안의 힘을 업고 물러나지 않는 인물이다.

물론 <열여덟의 순간>의 마휘영은 저 엄석대와는 달리 그 자신도 피해자다. 그는 아이들에게 엄청난 짓까지 저지르지만, 알고 보면 그건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축적된 분노와 불안이 만들어낸 일들이다. 전교 1등을 하고 있지만 마휘영은 그래서 더더욱 아버지로부터 압박을 받는다. 또 엄마를 폭행하는 아빠에 대한 분노는 그를 시한폭탄 같은 인물로 만들었다. 이 부분에서 <열여덟의 순간>의 우리 시대에 그리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아니라 <스카이캐슬>에 가까워진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엇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최준우는 유일하게 제대로 된 어른(엄마) 밑에서 잘 자란 아이의 모습을 표상한다. 아이들은 그 시기에 한 번 망치면 인생 전체를 망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살아가지만, 최준우는 말한다. “이미 망친 인생이란 없어. 아직 열여덟인데.”라고. <열여덟의 순간>은 그래서 청춘로맨스의 달달함보다 아이들을 아프게 만드는 어른들에 대한 날선 비판의식이 최준우와 마휘영, 유수빈 같은 인물들을 통해 더 눈에 밟히는 드라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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