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변신’ 쉐보레, 절묘한 한수인가 허황된 과욕인가

2019-08-15 10:54:38

국산차의 수입차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수입차 같은 국산차에 이어 국산차의 수입차 브랜드화가 진행 중이다. 국적 문제는 늘 복잡한 양상으로 일어난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사회가 복잡해지면 생각지도 못한 여러 문제 또는 현상이 일어난다. 해외로 나갈 일이 없던 시절에는 국적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평생 자기 태어난 나라 국적을 유지한 채 살아간다. 해외를 나가도 여행에 그친다면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기가 태어나고 살던 곳을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고자 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국적 문제는 복잡해졌다. 원래 국적을 버리고 새로운 국적을 얻느냐 둘 다 유지하느냐 문제가 생긴다. 한 사람이 합법적인 국적이나 시민권을 두 개 이상 갖는 복수국적은 단순히 국적을 어디로 유지하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나라마다 이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고 나이와 병역, 부모의 국적과 자녀의 출생 지역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하면 정말 복잡해진다.

자동차 세계도 국적 문제가 상당히 복잡하다. 생산한 국가에서 판매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출해서 다른 나라에서 팔기도 하므로 문제가 복잡해지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에 공장을 세워 생산했을 때 그 제품의 국적은 어떻게 되는지, 그때도 부품은 현지 것을 썼는지 원래 소속 국가에서 갖다 썼는지 등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 자동차 업계는 인수합병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활동하는 근거지는 그대로인데 국적이 바뀌기도 한다.



국산차 업체는 5개이지만 국적은 은근히 복잡하다. 진짜 국산차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뿐이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는 국산차 타이틀은 유지하지만 해외기업이 인수했다. 이들 세 국산차 업체도 사업 방식이 다르다. 쌍용차는 최대 주주는 외국 회사이지만 외형상 활동은 국산차 업체와 다를 바 없어서 국내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제품만 판매한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국산차와 수입차가 섞인 구조다. 국내에서 생산한 모델은 물론 모기업에서 만든 차도 갖다 팔아서 수입차가 국산차로 팔리는 진기한 현상이 생긴다. 이때도 두 업체 간 대응 방식이 갈린다. 르노삼성은 수입하더라도 엠블럼과 이름은 국내에 맞게 바꾸는데, 한국지엠은 아예 변동 없이 쉐보레 브랜드로 판매한다. 최소한의 국산화 과정을 거치던 르노삼성도 최근에는 클리오에서 보듯 일부는 르노 브랜드 그대로 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적 문제로 인해 국산차 같은 수입차가 생기면서 한동안 이슈가 됐었다. 장단점이 있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수입차를 국산차 가격에 사고 국내 서비스망을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도받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국내 실정에 맞지 않고, 수입차보다는 싸지만 국산차보다는 비싸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입해서 팔기 때문에 국산차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등 부정적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국적 문제는 늘 복잡한데 최근 들어 또 다른 새로운 사례가 등장했다. 한국지엠 쉐보레가 수입차가 되기로 했다. 그동안 미국 브랜드이면서 국산차 브랜드로 활동하다가 이제는 아예 수입차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결정이 억지는 아니다. 임팔라, 이쿼녹스, 카마로, 볼트 EV가 수입해서 파는 차종이고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는 출시 대기 중이다. 국내 생산 모델은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세 종류로 수입 모델의 절반에 불과하다. 굳이 수입차 브랜드가 되겠다고 선언하지 않아도 이미 본성은 수입차 브랜드화가 상당히 진척된 상태다. 사정이 이런데 국산차로 활동하려니 여러모로 불리했을 터다.



긍정적인 면이라면 업체 입장에서는 수입차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가격을 수입차 수준으로 올리지 않더라고 동급 국산차보다 높은 가격을 매겨도 명분이 생긴다. 모델 가짓수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수입한 국산차에서 온전한 수입차가 되면서 정체성도 명확해진다. 부정적인 측면은 단순히 수입해서 파는 차가 늘어나면 국내 생산 기반이 약해진다. 몇 종류 남지 않은 국내 생산 모델마저도 줄어든다면 그야말로 진짜 수입차가 되고 만다.



구매자 인식도 넘어야 할 과제다. 수입해서 파는 모델인 줄 알아도 쉐보레는 국산차로 여긴다. 쉐보레 브랜드가 대중차이다보니 수입차가 된다고 해도 대중차 수준의 가격을 바라게 된다. 실제로 상품성 면에서 만족도가 아주 높지 않은 편이라 시장에서 제대로 수입차로 대접받을지도 문제다. 대중차라고 해도 처음부터 수입차로 들어오면 수입차만의 프리미엄이 쌓이지만, 국산차가 수입차화 되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쉐보레 브랜드의 수입차 전환을 통해 업체가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 회사와 구성원 구매자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얻는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 않다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조정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계속 뒤따라야 한다.



우려되는 부분은 국산차 업체 간 균형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 비중이 꽤 높다. 나머지 세 브랜드의 견제가 필요한데 제대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견제가 효과를 봐서 현대기아차 점유율이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가 상품성을 높이고 신차를 늘리면서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 이 상황에서 쉐보레가 수입차로 떠나 버리면 국산차 업체간 불균형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쉐보레가 수입한 차는 수입차이지만 국산차와 경쟁했다. 수입차로 바뀌면 경쟁 상대는 수입차로 바뀐다. 국산차와도 경쟁은 하겠지만 예전만큼 직접 상대하는 정도는 떨어진다. 국내 시장에 기반을 둔 만큼 국산차 역할 역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얼마 전까지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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