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절묘한 아재식 풍자 개그,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2019-08-20 16:45:26



‘개그콘서트’의 안간힘, 풍자·동영상에 레전드까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지난 11일 KBS <개그콘서트> 1010회는 약 2주간의 재정비를 거쳐 다시 돌아왔다. 새로 선보인 코너들이나 형식들, 출연자까지 그날의 <개그콘서트>에는 이 프로그램이 해온 고민들이 느껴졌다.

먼저 시선을 끈 건 ‘국제유치원’이라는 현재의 국제정세를 유치원이라는 공간으로 가져와 풍자한 코너였다. 일본이라고 쓰인 옷을 입은 아이는 ‘사과’가 무조건 싫다고 떼를 쓰고, 북한이라 적힌 옷을 입은 아이는 미사일 모양의 도시락통을 선보인다. 한국 아이는 일본 후쿠시마산 복숭아를 먹었더니 배가 아프다면서 “아, 배 짜증나!”를 외친다. 또 사과 대신 배를 가져온 일본 아이에게 “아 배 싫어!”라고 외치기도 한다. 절묘한 아재식 풍자 개그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개그콘서트>가 시사 문제 등의 현실 사안을 가져와 풍자를 강화하려한 대목은 ‘복면까왕’이라는 코너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찬성과 반대’라는 결코 녹록치 않은 주제를 두고 벌어지는 토론배틀에서 복면을 쓰고 나왔다는 사실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는 날이 서 있다. 복면을 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센 발언을 하지만 누군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어 그걸 불안해하는 모습은 이 코너가 가진 풍자와 웃음이 섞이는 지점이다. 누가 봐도 한 풍자를 해왔던 장동혁, 윤형빈에 수다맨 강성범이 그들이다.



여기서 강성범은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것은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책임지지 못할 말 내뱉고 다니는 썩어빠진 신문들 때문”이라는 날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최근 보수 신문들이 일본 측 입장을 오히려 대변하고, 그런 내용들을 일본판에는 더 강하게 번역해 내보냄으로써 이른바 ‘매국신문’ 논란이 나왔던 부분을 꼬집는 내용이다.

<개그콘서트>의 변화는 풍자만이 아니라 형식에서도 발견된다. 무대 개그가 갖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댓글 코너를 만들기도 했다. 이 중 <개콘 실험카메라>와 <좀비 서바이벌> 같은 코너는 현장에서 찍어낸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란 점에서 주목되었다. 특히 <개콘 실험카메라>는 개그맨들에게 느닷없이 찾아가 상황극을 통해 그 순발력을 보는 코너로 유튜브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시도로 보였다.

아울러 <개그콘서트>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박준형이 출연해 과거의 코너를 재해석해낸 <2019 생활사투리>는 역시 명불허전의 웃음을 주었다. 과거 이 코너가 가진 맛깔난 전라도 이재훈, 경상도 김시덕의 사투리 구사가 주는 재미에, 새롭게 투입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배정근이 더해졌다. 레전드의 리메이크로서 익숙함과 새로움이 적절히 조화되어 앞으로도 박준형이 다양한 레전드들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만든다.



새롭게 개편한 <개그콘서트>는 사실 나쁘지 않았고 그런 변화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면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갈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 18일 방영된 <개그콘서트>는 전편에 비해 코너들이 웃음의 강도나 실험성에 있어서 다소 약한 느낌을 주었다.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조금 더 지속적으로 끌고 가면서 좀 더 완성도 높게 만들어내는 꾸준함 역시 중요하다. 1010회에서 보였던 새로운 변화에 대한 노력들을 좀 더 지속하면서 매회 코너를 살릴 수 있는 시의적절한 아이디어들을 계속 끌어 모으고 선보이는 그 과정을 통해서만이 <개그콘서트>가 꿈꾸는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지 않을까.

특히 보다 강력해진 돋보이는 시사풍자는 앞으로도 <개그콘서트>가 지향하는 한 부분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즉 약자 비하가 아닌 강자 비판의 구도를 가져가기 위해 풍자적 코드들은 향후 코미디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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