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 미스터리와 반전 꽉 채운 이무생과 이보영의 설득력 있는 연기

[엔터미디어=정덕현] “차라리 죽지...” JTBCX쿠팡플레이 드라마 <하이드> 3회 예고편에서 나문영(이보영)은 괴로워하며 그런 말을 한다. 아마도 남편 차성재(이무생)에 대한 이야기일 터다.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가겠다고 나간 사람이 실종이 됐고, 급기야 벼랑에서 떨어진 차량에서 불에 탄 사체로 발견됐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버젓이 살아있다니...

나문영은 애초 남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그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았던 남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문영은 부검을 원했지만 차성재의 어머니에 의해 사건은 자살로 종결되고 사체는 화장된다. 하지만 사건은 그걸로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차성재가 남긴 수십 억대의 회사 빚이 고스란히 회사 공동대표인 나문영 앞으로 남게 된 것이다.

또한 차성재가 마지막으로 변호를 맡았던 사건과 관련된 금신물산이 영 의심스럽다. 금신물산 마강(홍서준) 부장은 직원인 김윤선을 가짜 범인으로 내세우고 역시 가짜 증인으로 도진우(이민재)를 세워 그 회사와 관련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차성재는 변호일에 사라져 사체로 발견됐고, 김윤선 역시 재판 당일 사라져 마강에게 쫓기다 의문의 사고로 사망했다. 게다가 집으로 배달된 차성재가 보낸 소포에는 신발장을 정리해달라는 엉뚱한 추신이 달려 있었고 거기에는 그가 남겨 놓은 돈 다발과 보험증서들이 있었다.

<하이드>는 그저 평범하게 로펌을 공동운영하며 딸 봄이와 단란하게 살아가던 나문영과 차성재 가족이 순식간에 엄청난 사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겉으론 평온하고 평범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마주하기 두려운 어두운 진실들이 숨겨져 있었고, 나문영은 남편 차성재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그 뒤에 존재하는 금신물산과의 거래에 얽힌 비밀들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거기에는 그 금신물산이 하려던 리조트 건설 사업과의 연계 또한 얽혀 있다.

영국 BBC 웨일즈에서 제작한 <Keeping faith>가 원작인 <하이드>는 끝없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미스터리와 예상을 깨는 반전이 압권인 드라마다. 남편의 실종과 죽음으로 시작되지만 단 2회만에 그것이 남편의 자작극이었다는 반전이 펼쳐진다. 무슨 일인지 가짜 증인으로 세워졌던 도진우는 차성재가 죽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는데, 나문영을 만나러가는 길에 나타난 차성재에 의해 총격을 당한다. 무언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을 거라 믿었던 시청자들은 충격에 빠진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예고편에 나문영이 “차라리 죽지...”라고 하는 말이나 “아주 변호사가 할 수 있는 불법은 다 저질렀나 봐”라고 하는 말에서 느껴지는 건, 자상하고 착하게만 보였던 남편 차성재가 갖가지 불법과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는 예감이다. 아내인 나문영으로서는 그 진실이 궁금하면서도 들여다보기 두려운 것일 수밖에 없다. 나문영이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끝내 진실에 도달하는 그 과정이 아마도 <하이드>가 보여주려는 것일 게다.

<하이드>가 주는 몰입감은 다름 아닌 이 평범한 부부가 어떤 사건을 맞닥뜨리고 그로 인해 변해가는 그 과정의 설득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평범한 변호사이자 자상한 남편에서 무언가를 덮기 위해 총을 쏘는 살벌한 변신을 보여주는 차성재 역할의 이무생과,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에서 눈앞에 닥친 복잡한 사건들을 풀어가며 두려워도 감춰진 진실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나문영 역할의 이보영의 연기가 주는 설득력이 압권인 드라마다.

과연 숨은 진실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그 단서는 드라마 도입 부분에 봄이가 읽고 있던 수에요시 아키코의 동화 <숲 속의 숨바꼭질>에 담겨있다. ‘다리 사이로 거꾸로 보렴. 그럼 내가 보일 거야’라는 동화 속 내용처럼 그냥 봐서는 보이지 않는 실체가 뒤집어서 보면 드디어 보일 수 있다는 것. 나문영에게 아직은 보이지 않는 사건의 진실은 그래서 드라마가 끝까지 진행된 후 완전히 뒤집어진 일상의 끝자락에서야 비로소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찾아낸 진실은 스스로도 묻어두고 있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관련된 사건의 진실까지 맞닿아 있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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